국내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정부 지원제도에 따라 연구개발(R&D)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0곳 중 7곳은 R&D 투자와 연구원 채용 계획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회원사로 활동하는 대기업 연구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세지원 제도 개편에 따른 대기업 R&D 영향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으며 사내에 연구소를 보유한 대기업 91개사가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R&D 계획 수립 과정에서 정부 지원 제도를 어느 정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92.4%가 ‘일정부분 이상 고려하고 실제 사업 계획에 반영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기업 27.5%는 자체 R&D 계획을 수립할 때 정부의 지원 정책을 가장 결정적인 조건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정부 지원 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기업은 7.7%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대기업들이 R&D 계획 수립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응답기업의 71.5%는 R&D 세액 공제 같은 간접 지원제도를 감안해 향후 투자와 인력채용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가 직접 기업에 주는 연구비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기업은 41.8%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R&D와 관련해 정부의 직접 지원보다 간접 지원방식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국회는 지난 5일 기업 R&D 투자분에 대해 법인세 일부를 감면하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대기업 공제율을 1~5%P 축소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액은 약 400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R&D 조세 감면액은 2016년 2조2756억원으로 전년보다 25.1%(7633억원) 줄었다. 산기협은 이런 조세 지원 축소가 기업 R&D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도 산업계 R&D전망에 따르면 기업의 R&D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조세 지원 제도 등의 축소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응답기업의 37.4%는 조세 감면율의 축소가 R&D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또 응답기업 중 66%는 연구 인력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김이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미래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지 않으려면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자금지원)과 간접지원(조세지원)을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