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무역회사에 다니는 윤미래 씨는 스마트팜에서 기른 신선한 야채와 식품 살균 시스템으로 관리된 우유와 닭고기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과 미세먼지 저감 기술이 보급되면서 아침 공기는 한결 상쾌해졌다. 집에 설치된 인공지능(AI)에 음성으로 퇴근 전에 집안 온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값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보급되면서 AI 기기는 물론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작동에는 모두 태양전지에서 얻은 전기가 쓰인다. 차량과 도로를 연결하는 지능형 교통시스템 덕분에 제때 회사에 도착한 윤씨는 미팅 전 바이어가 보내온 파일을 이용해 3D프린터로 샘플을 출력했다.

18일 한국공학한림원이 발표한 ‘미래 100대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를 그린 8년 뒤 미래 풍경이다.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 2025년쯤이면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계 전문가와 공대 교수 등 국내 최고 공학기술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국공학한림원은 미래기술을 개발한 주역 238명도 선정했다. 대부분 30~40대 연구자들이 주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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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역동성·국민 삶 증진 초점

한국의 산업을 견인할 100대 기술에 가장 많이 선정된 분야는 반도체·통신·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정보공학 분야다. 2013년 발표된 100대 기술에서는 27개였는데 이번에는 34개로 늘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기계로 분류된 자동차 등 일부 기술이 전기전자 분야로 대거 포함된 결과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전기를 생성하는 원리를 이용한 수소전지 기술과 바이오매스에서 연료와 화학제품 원료를 얻는 바이오연료 생산기술, 발광다이오드(LED)와 함께 차세대 광원으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해줄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혔다.

또 로봇과 바이오 기술의 비중도 늘었다.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과 무인기 제어기술 및 인공지능(AI)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기술, 입으면 장사가 되는 외골격 근력 증강 로봇은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를 활짝 열 기술로 선정됐다.

현재 병원에서 쓰는 대형 수술로봇보다 한층 날씬하고 민첩하며 똑똑한 지능형 수술로봇과 DNA와 고분자를 이용해 병든 곳에 약물을 전달하는 생체적합소재, 몸안에 삽입하면 실시간으로 건강 이상정보를 알려주는 인체 삽입형 기기는 난치병 환자 치료와 환자 맞춤형 의료시대를 열어줄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김태수 교수, 김현진 교수, 김효기 대표, 박인성 연구원, 이명주 교수.
왼쪽부터 김태수 교수, 김현진 교수, 김효기 대표, 박인성 연구원, 이명주 교수.
삼성 29명 미래 기술 주역 배출

238명의 연구 주역을 분야별로 분류하면 대학이 78명으로 가장 많고 대기업 76명, 정부 출연연구기관 65명, 중소중견기업이 19명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삼성그룹 출신이 가장 많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융복합 소재, 통신 등 분야에서 29명의 미래 주역을 배출했다. 2013년에 비해 11명 늘어난 숫자다. LG그룹에서는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을 중심으로 18명이, 현대차그룹에서는 8명이 뽑혔다. 포스코와 SK그룹은 각각 6명이 선정됐다. 이 밖에 유진로봇과 뉴로메카, 루닛, 루멘스 등 유망 중소기업에서도 1명씩 개발 주역에 포함됐다.

학계에서는 서울대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KAIST 8명, 고려대 6명, 연세대 5명 등의 순이었다.

여성 미래 기술 주역은 5명뿐

박인성 LG하우시스 책임연구원(30)은 미래 주역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젊다. 한양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박사를 받은 뒤 2014년 LG하우시스 연구소에 입사해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 사용되는 내열성능이 우수한 페놀폼 단연재를 연구하고 있다. 학계에선 여러 개 코어를 사용하는 초고성능 운영체제(OS) 연구를 하는 김태수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32), 중견·중소기업에선 바이오제약산업에서 사용하는 레이저 DNA 합성기술을 개발한 김효기 셀레믹스 대표(34), 공공기관에선 스스로 치유하는 콘크리트를 개발한 박병선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주임연구원(33)이 최연소다.

미래 기술 주역 가운데 여성은 5명에 그쳤다. 무인기의 지능형 의사결정 기술을 개발하는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에너지 저감 및 스마트홈 기술을 개발하는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원인물질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이현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포함됐다.

■ 미래기술 어떻게 뽑았나
"산학연 전문가 120명, 상용화될 유망기술만 엄선"


한국공학한림원이 18일 발표한 ‘대한민국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은 7~8년 뒤 산업계의 미래를 그린 청사진이다. 선정 작업을 총괄한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교수)은 “젊은 주역들이 개발한 이들 100대 기술은 한국이 선진국 기술을 뒤쫓는 ‘빠른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나서는 데 필요한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학한림원은 100대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시작해 10개월간 12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선정 작업을 했다. 첫 기획과정에는 윤의준 서울대 교수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아 경제역동성 확보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2025년 국가 발전 목표로 정하고 5대 발전 비전을 제시했다. 5대 비전으로 △성장하는 사회 △스마트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 △건강한 사회 △안전한 사회를 꼽았다.

삼성과 LG, SK 등 주요 대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들과 중견·중소기업, 대학, 학·협회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는 한편 5개 공학 분야별 발굴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에 걸쳐 기술과 개발주역 후보를 발굴했다.

최종 기술 선정은 학계와 산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미래기술선정위원회가 맡았다. 권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정칠희 삼성전자 사장 등 산업계 전문가와 대학 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등 14명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2025년 상용화가 가능하며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기술을 중심으로 100개 미래 기술을 선정하고 이들 기술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238명을 최종 선정했다.
2025년, 아이언맨 슈트가 일상이 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