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논란'에 한발 물러선 페북… "광고매출 해당 국가별로 신고"
페이스북이 내년부터 전 세계 법인에서 발생하는 광고 매출을 아일랜드 본사가 아니라 현지 세무 당국에 직접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각국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도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데이브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광고 판매 구조를 광고가 집행되는 현지 판매 구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며 “각국의 광고 수익이 아일랜드 법인이 아니라 해당 국가에 있는 지사의 매출로 잡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미국 기업이지만 법인세 절감을 위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광고를 판매해 왔다. 한국 기업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페이스북에 광고를 게재하더라도 광고 매출은 한국 법인이 아니라 아일랜드 소재 페이스북 본사로 잡힌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낮다.

페이스북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유럽 지역에서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세금 회피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올해 초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이 유럽 지역에 미납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지난달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광고 매출에 대해 6%를 자국 정부에 지급하도록 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등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웨너 CFO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정책 당국자들에게 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업무 변경에 많은 자원이 필요한 만큼 2019년 상반기에 작업이 완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역 법인을 통하지 않고 수백만 명의 군소광고주들이 직접 웹사이트 내에서 구입하는 직영 광고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광고에 의한 매출은 종전처럼 아일랜드 본사로 이전된다.

페이스북이 법인을 운영하는 국가 대부분의 법인세율이 아일랜드(12.5%)보다 높아 세금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페이스북은 영국에서 지난해 4월부터 현지 판매 구조로 전환했지만 세금은 크게 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국에서 510만파운드(약 74억원)의 세금을 냈는데 전년 대비 90만파운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은 4배 늘어났다. 세금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세제 혜택을 활용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