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두통으로 오인하기 쉬운 뇌종양

환자 70%가 두통 호소
종양 커지면서 뇌 압력 올라
장시간 누워있는 한밤에 심해져
방치하면 말 더듬고 팔다리 마비

전두엽 손상 땐 기억력 떨어지고
심해지면 우울증·망상장애 위험

노인은 치매와 헷갈릴 수 있어
정밀진단으로 초기에 치료해야
일상적 두통?… 새벽에 심하고 속 울렁거리면 뇌종양 의심해야

두통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10대 질환 중 하나로 편두통을 꼽았을 정도다. 많은 사람이 두통 증상이 생기면 약국을 찾거나 집에 보관하던 진통제 등을 복용한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이 많다. 하지만 가볍게 생각한 두통이 심각한 뇌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 중년 이후 두통이 1~2주 넘게 이어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뇌종양 위험이 크다. 증상이 계속된다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받아야 한다. 뇌종양의 다양한 증상과 원인,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두개골 안에 암 생기는 질환

뇌종양은 두개골 안에 암 등 종양이 생기는 것이다. 뇌와 뇌 주변 구조물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뇌종양이라고 부른다. 뇌에서 종양이 시작되기도 하고 폐암, 유방암, 위암 등 소화기계 암이 뇌로 번져 생기기도 한다. 뇌에서 시작된 암을 원발성 뇌종양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암과 달리 뇌 이외 신체기관으로 전이되는 일은 드물다.

뇌종양은 인체에 생기는 종양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3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뇌종양은 종양의 종류에 따라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으로 구분한다. 양성 종양으로는 뇌수막종, 청신경초종, 뇌하수체 선종 등이 있다. 악성은 악성 신경교종, 전이성 뇌종양, 림프종 등이 있다.

악성 신경교종은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 많다. 양성 종양 중 뇌수막종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생긴다. 뇌종양을 구성하는 세포에 따라 신경교종, 뇌수막종, 신경초종, 뇌하수체 종양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원발성 뇌종양은 신경교종이다. 원발성 뇌종양 환자 가운데 40% 정도를 차지한다. 수막종이 20%, 뇌하수체 선종 15%, 신경초종 15%, 기타 종양이 10% 정도다. 교모세포종은 신경교종 중 가장 악성도가 높은 암이다.

뇌종양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뇌종양이 유전적인 요인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종양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할 종양 억제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정상 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암 유전자가 작동해 암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외에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뇌손상, 방사선 및 발암물질 노출, 바이러스 감염, 음주, 흡연 등도 뇌종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면 뇌종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 많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흔한 증상은 두통

뇌종양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발견하기 힘들다. 다른 뇌 질환 때문에 뇌 검사를 했다가 우연히 종양을 발견하는 환자가 많다. 뇌종양이 생겨 신체 변화가 시작되면 두통, 운동마비, 경련, 시력 및 시야 이상, 지적 기능 및 정신기능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뇌졸중이나 치매, 파킨슨병 등의 증상과 뇌종양 증상이 비슷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뇌종양 환자에게 가장 흔한 증상이 두통이다. 종양 크기만큼 뇌 속 부피가 늘어나면 뇌의 압력이 올라간다. 두통이 생기는 이유다. 두통은 뇌종양 환자 70% 정도가 호소한다. 뇌종양 때문에 생기는 두통은 다른 두통과 달리 장시간 누워있는 새벽이나 아침에 심해진다. 두통 때문에 밤잠 설치는 일도 많다. 구역질이 나고 구토 증상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 뇌압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점점 심해지고 구역질 증상 등이 함께 있으면 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지체하면 시력장애 의식장애 등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뇌종양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신경마비 증상이 생긴다. 언어중추 운동중추 등과 연결된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언어장애, 운동마비 등이 나타난다. 종양이 소뇌에 생기면 균형을 잘 잡지 못해 걷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뇌종양 때문에 의처증 생기기도

뇌종양 중 가장 흔한 종양이 뇌하수체 종양이다. 말단비대증, 월경불순, 갑상샘 기능 이상, 쿠싱증후군 등 호르몬 이상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종양이 커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하면 바깥쪽부터 잘 보이지 않는 시야장애가 생긴다. 운전 중 옆 차가 끼어드는 것을 못 보고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 안경을 바꿨지만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도 나타난다.

뇌종양이 전두엽이나 측두엽에 생기면 경련이나 실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왼쪽 측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망상이 생겨 의처증이나 의부증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뇌 왼쪽 두정엽에 생기면 지적 기능이 낮아져 좌우를 혼돈하거나 계산 능력이 떨어진다. 글을 쓰는 데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전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이전보다 공격적인 성격이 나타나고 시상하부에 생기면 매사 의욕이 없어지고 성 기능 장애 등을 호소한다.

확실한 치료법은 수술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뇌종양이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생기더라도 뇌종양으로 의심하지 않고 지내는 환자도 비교적 많다. 후각 신경에 종양이 생기면 축농증 등의 증상이라고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시야장애 등이 생겨도 서서히 진행하면 불편을 못 느끼기도 한다. 윤완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노인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 치매로 오인해 뇌종양을 발견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뇌종양 의심 증상이 있으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등의 검사를 받은 뒤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뇌종양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이다.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수술은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을 낫게 하고 빠른 시간에 뇌 압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도 “종양이 언어 운동 감각 시각 등을 책임지는 중요한 중추에 있으면 수술로 손상될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방사선으로 암을 없애는 감마나이프 수술도 많이 한다. 치료법을 선택하기 전 악성 여부와 위치, 환자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은 작은 뇌종양이나 뇌동맥·정맥기형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전신 마취와 피부 절개를 하지 않아 후유증, 합병증이 적다. 임영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경희의료원장)는 “크기가 큰 종양은 수술로 먼저 제거하고 남은 부분을 감마나이프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도움말=임영진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윤완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