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비 인하 압박에 애꿎은 알뜰폰 '질식'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옛 CJ헬로비전)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통신요금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알뜰폰 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CJ헬로가 이해관계가 상이한 알뜰폰협회 소속 회원사 간 의견 충돌을 탈퇴 이유로 밝혔지만 현재 알뜰폰업계가 처한 위기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게 통신업계의 반응이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 대책이 통신시장 약자인 알뜰폰업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J헬로는 최근 알뜰폰협회에 공문을 보내 탈퇴 의사를 밝혔다. 최종 탈퇴 여부는 알뜰폰협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뤄진다. CJ그룹 케이블방송·통신 계열사인 CJ헬로는 지난 3월 기준으로 86만5000여 명의 알뜰폰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CJ헬로 관계자는 “알뜰폰협회에 참여한 사업자 간에 사업영역이 다소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정책 협의 및 의견 수렴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협회를 통하지 않고 정부를 상대로 직접 정책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가 독자 노선을 펴기로 한 것과 관련, 업계에선 “정부의 무리한 통신시장 개입으로 초래된 알뜰폰업계 전체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편요금제 등 정부의 요금 인하 대책은 알뜰폰업체의 요금경쟁력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가 알뜰폰사업 철수를 확정했고, 중견업체 한 곳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