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철 제넥신 회장(왼쪽 두 번째)이 경기 판교 본사 연구실에서 연구원들과 신약 개발 논의를 하고 있다. 제넥신 제공
성영철 제넥신 회장(왼쪽 두 번째)이 경기 판교 본사 연구실에서 연구원들과 신약 개발 논의를 하고 있다. 제넥신 제공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인 제넥신이 면역항암 신약 개발을 본격화한다.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독자 기술을 내세워 다국적 제약사가 선점하고 있는 면역 항암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기관에서 공동 개발을 제안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창업자인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면역 항암 후보물질인 ‘하이루킨(GX-I7)’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세포 늘리는 면역항암제 개발

제넥신, 차세대 '면역항암 신약' 개발 속도낸다
하이루킨은 ‘인터루킨-7’에 약효 지속성 기술인 ‘하이브리드에프시(hyFc)’를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 수를 늘리고 기능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성 회장은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T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이라며 “암 환자는 대개 T세포가 적어져 면역항암제가 기대한 효능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T세포 수를 늘리는 면역항암제는 없었다. 성 회장은 “국내 임상1상에서 하이루킨의 안전성 및 T세포 증가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기관에서 ‘러브콜’

인터루킨-7은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발달 및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면역 치료에 필수적인 T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암, 감염증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몸 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짧아 그동안 치료제로 개발되지 못했다. 제넥신은 인터루킨-7에 지속형 기술을 적용해 활동시간을 늘렸다. 인터루킨-7을 활용한 항암 후보물질로 임상을 진행 중인 곳은 세계에서 제넥신이 유일하다. 회사 측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기관이 하이루킨을 공동 개발하고 임상 비용을 대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고 말했다.

◆지속형 성장호르몬으로 기술력 입증

하이루킨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제넥신이 지속형 성장호르몬 임상을 통해 하이브리드에프시의 기술력을 입증한 덕분이다. 한독과 공동 개발 중인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는 매일 맞아야 하는 성장호르몬제를 주 1회 또는 2주 1회 투여로도 효능이 유지되도록 개발 중인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바이오베터)이다.

소아 임상 2상에서 환자 43명에게 GX-H9를 6개월간 투여했더니 1일 제형인 화이자의 ‘지노트로핀’보다 높은 키 성장률을 보였다. 현재 지속형 성장호르몬을 개발하는 바이오제약업체 중에서 임상 2상 이상을 진행하는 곳은 아센디스(임상 3상) 노보 노디스크(임상 2상) 제넥신(임상 2상) 등 세 곳뿐이다. 2주 1회 제형을 개발하는 곳은 제넥신이 유일하다.

성 회장은 “하이브리드에프시는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며 “이제는 궁극적 목표인 신약 개발에 나설 단계고, 하이루킨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