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을 인수한 통신장비 업체 쏠리드가 자회사 에스엠에이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팬택의 경영권을 특수목적법인 케이앤에이홀딩스에 매각했다. 한때 벤처 신화로 꼽혔던 팬택이 껍데기만 남고 결국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쏠리드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팬택 지분과 보유 채권 등을 케이앤에이홀딩스에 1000만원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팬택은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부채 규모가 1100억원에 달한다. 케이앤에이홀딩스는 팬택 특허 수익화 등을 위해 전문가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알려졌다. 팬택 직원 고용을 승계하고, 특허 수익화와 휴대폰 애프터서비스(AS) 사업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쏠리드는 “팬택의 악화된 경영 상황으로 쏠리드 주주와 채권자, 투자자가 팬택과의 재무제표 분리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매각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팬택은 2015년 쏠리드에 인수된 이후 휴대폰, 사물인터넷(IoT) 사업 등을 추진하며 재기를 모색했다. 지난해 6월 스마트폰 ‘아임백’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대기업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흥행에 실패했다. 팬택은 이후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 합작사를 설립해 현지 맞춤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팬택은 올 5월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했다.

쏠리드는 그동안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고 특허를 해외에 매각하면서도 IoT 사업 등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팬택의 IoT 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지분까지 모두 팔아넘겨 “특허를 노리고 팬택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팬택에 남아 있는 직원은 10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