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스마트폰 화면' 밖으로 나온 네이버, 로봇서 미래 찾는다
네이버가 16일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17’에서 공개한 로봇은 한결같이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제품들이다. 전동 카트나 책 수거용 자율주행 로봇, 전동 스케이트보드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PC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정보를 보여줬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방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네이버가 로봇 기술에 주력하는 이유도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공간 안내, 운송 등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봇청소기 넘는 실내로봇 공개

송창현 네이버 CTO
송창현 네이버 CTO
네이버는 이날 행사에서 실내 자율주행 로봇의 대중화를 여는 모델로 ‘어라운드’를 공개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자율주행 실내지도 제작 로봇 ‘M1’을 개량한 로봇도 함께 선보였다.

기존 실내 자율주행 로봇은 지도 생성과 위치 파악, 경로 생성, 장애물 회피 등 다양한 기능을 로봇 내부에 모두 구현해야 했다. 주변을 인식하는 라이다(LiDAR) 부품만 해도 수백만원이기 때문에 값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어라운드는 장애물 회피 등 기본적인 기능만 갖춰 값을 대폭 낮췄다. 대신 지도 생성은 M1이, 위치 파악과 경로 생성은 클라우드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이번에 공개한 어라운드는 상단의 적재 공간에 책을 넣을 수 있다. 고객들이 읽던 책을 서가 대신 어라운드에 올려놓으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직원이 책을 수거할 수 있다. 현재 부산의 예스24 오프라인 서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공간의 특성이나 목적에 맞는 형태의 로봇으로 쉽게 맞춤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로봇청소기에 머물러 있던 실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이 물류, 경비,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어카트’는 가벼운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손쉽고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응용한 전동 카트다. 책을 가득 싣고도 두 손가락으로 카트를 밀 수 있고 비탈길에서 손잡이를 놓으면 자동으로 멈춘다. 어라운드와 함께 예스24 서점에 투입됐다.

◆“로봇에 네이버 서비스 접목”

기술 개발을 위한 시제품 성격의 로봇도 여럿 공개했다.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는 세계 최초의 4륜 전동 스케이트보드다. 단순히 몸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가속, 감속,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시속 40㎞ 이상의 고속주행도 가능하다. 두 개의 기울기 센서를 이용해 무게중심을 항상 제어하기 때문에 급격한 가속·감속에도 안정적이란 설명이다.

‘앰비덱스’는 네이버랩스와 한국기술교육대가 공동으로 장기 연구 중인 로봇팔이다. 그동안 로봇팔은 산업 현장에서 정밀·반복·고하중 작업에 적합한 형태로 활용됐다. 앰비덱스는 일상 영역에서 로봇팔을 활용하기 위해 사람의 팔보다 가볍고 사람과 함께 일해도 안전한 로봇이다. 네이버에서 로봇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석상옥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리더는 “요리, 청소, 빨래, 서빙 등 인간이 하는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사족보행이 가능한 ‘치타로봇’과 멀리뛰기를 할 수 있는 ‘점핑로봇’,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바퀴 로봇 ‘터스크봇’, 자율주행로봇 ‘TT봇’ 등도 소개했다. 석 리더는 “인간 생활 속에서 굉장히 중요한 서비스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며 “돌아다니는 로봇에 지금까지 개발한 (네이버의) 여러 가지 기술을 접목하면 자연스러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어린 자녀의 위치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아키(AKI)’도 공개했다. 손목시계 모양의 이 장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잘 닿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도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AI 기술을 활용해 아이가 반복 방문한 장소와 상황을 학습해 종전 기기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