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26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26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그 위에 세워진 서비스는 해외 기업의 것이 많습니다. 한국은 디지털 식민지가 되고 있습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지금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 중"이라며 규제 환경 개선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10대 딸이 최근 드론을 구입했는데 사용법을 유튜브에서 익히더라"며 "우리 세대가 자연스럽게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정보를 10대는 이미 유튜브 같은 해외 서비스를 이용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20대를 중심으로 해외 IT 서비스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현상을 '디지털 식민지화'라고 표현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 역시 현재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는 곳은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라며 "유튜브 영향력이 이렇게 크지만 실제로 유튜브가 한국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세금은 얼마나 내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하려면 평등한 경쟁 환경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자국에서조차 외국 기업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싸우고 있는데 해외에 나가 더 큰 성장을 해오라는 것은 힘든 주문"이라며 "규제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기업, 국회가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규제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금지뿐 아니라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그림자 규제 해소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림자 규제는 명시적 법규 없이 행해지는 당국의 규제를 의미한다.

맥킨지코리아의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 중 한국에서 규제에 저촉돼 사업이 불가한 곳이 40.9%에 달한다. 지나치게 많은 규제 탓에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같은 사업 모델은 국내 업체가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지난해 9월 한국 스타트업들이 모여 발족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닌 스타트업이 스스로 주도해 만든 국내 최초의 연합체다. 그동안 업계 각종 현안을 다루는 정기포럼을 열고 규제 개선, 투자환경 조성에 힘써왔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