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두 번째 실험용 우주정거장 모듈인 톈궁 2호가 지난해 9월 창정 2F호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  중구유인우주계획 제공
중국의 두 번째 실험용 우주정거장 모듈인 톈궁 2호가 지난해 9월 창정 2F호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 중구유인우주계획 제공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를 우주에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중국 과학자들이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2호 실험용 모듈에서 원자시계를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지난해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를 주고받는 양자통신 위성을 발사하고 지난 6월 양자통신 실험에 성공했다. 이달 말에는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GPS)에 맞서는 독자적 GPS인 베이더우-3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번에 초정밀 원자시계를 우주에서 작동하는 데 성공하면서 우주 제패의 꿈을 안은 중국의 ‘우주굴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과학원이 우주에서 실험하기 위해 개발한 저온원자시계(CACS).   중국과학원
중국과학원이 우주에서 실험하기 위해 개발한 저온원자시계(CACS). 중국과학원
이번에 중국이 실험에 성공한 저온원자시계(CACS)는 10억 년에 1초 정도 오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광펌핑원자시계가 100억~200억 년에 1초의 오차가 나는 것보다는 정밀도가 떨어지지만 중국과학원은 “우주에 올라간 원자시계 가운데는 최고 정밀도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원자시계는 지구상 모든 시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세계 각국은 세슘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이용하는 원자시계를 국제적인 시간 체계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세슘 원자가 진동할 때 일어나는 기가헤르츠(㎓) 단위의 극초단파 주파수로 시간의 기준을 잡는다. 고온의 오븐에 고체 상태의 세슘을 넣고 레이저나 마이크로파 등 전자기파를 쏘면 세슘 원자는 9.19㎓의 주파수로 일정하게 진동한다. 세슘 원자가 이렇게 91억9263만1770번 진동하는 것을 1초로 삼는다.

중국은 저주파 레이저를 사용해 루비듐 원자 온도를 0도 이하 저온으로 낮췄다. 이렇게 원자 움직임을 느리게 하면 오차가 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400㎞ 상공의 우주궤도를 지나는 우주정거장 겸 우주실험실 톈궁2호에서 이 모든 실험을 했다. 톈궁2호는 지난해 9월 처음 발사됐다. 중국 연구진은 1년에 걸쳐 실험을 준비했다. 우주정거장은 공간이 협소해 장비 크기를 줄이는 데 애를 먹었다.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2호 실험용 모듈이 지상에서 400㎞ 떨어진 우주궤도를 돌며 첫 우주 원자시계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중국과학원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2호 실험용 모듈이 지상에서 400㎞ 떨어진 우주궤도를 돌며 첫 우주 원자시계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중국과학원
하지만 연구 속도는 유럽 과학자들을 따라잡았다. 유럽우주국(ESA)은 1997년 우주원자시계앙상블(ACES)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자금난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우주에서 실험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연구를 처음 제안해 실제 실험을 하는 데까지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직까지 중국의 우주원자시계는 유럽의 원자시계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성이 유럽 ACES의 3분의 1에 불과해 목표한 정확도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또 중국의 원자시계는 지구로 시간 정보를 보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확성을 정기적으로 검증할 방법도 없다. 유럽의 ACES는 지상으로 정보를 보내도록 설계됐다.

세계 각국이 원자시계를 우주로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땅 위에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GPS에는 정밀한 시계가 들어간다. GPS는 우주에 떠 있는 위성 4기에서 보낸 신호의 도착 시간 차로 거리를 측정해 좌표와 고도를 환산한다. 이런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정밀한 시계가 필요하다. 미국에의 종속을 원치 않는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는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GNSS)을 추진하고 있다. EU가 갈릴레오, 일본이 미치비키(길잡이), 중국이 베이더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9일 미국의 GPS보다 10배 더 정확하다고 내세우는 베이더우-3 위성 2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오차 범위를 기존 ㎝ 단위에서 ㎜ 단위로 줄이는 시스템이다. 중국은 2020년 전 세계에서 베이더우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총 30기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우주에 원자시계를 보내는 건 순수 과학 연구 목적도 있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은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가속도의 효과가 똑같다는 등가 원리를 발표했다. 초속 7㎞ 속도로 우주궤도를 빠르게 날아가고 지구보다 중력이 적게 미치는 우주정거장은 이런 이론을 검증할 안성맞춤의 장소라는 평가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 일본이 독차지하고 있는 우아한 과학 연구에도 눈을 뜨면서 세계적 연구를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