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는 보조금 경쟁에 출고가 절반 이하로 거래
지원금 상한제 폐지로 추석이후 시장 술렁일 듯
갤노트8 첫 주말 집단상가 가보니… 현금인출기 앞 대기줄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
지난 16일 오후 강변테크노마트 6층 휴대전화 집단상가의 한 매장에서 '갤노트8을 찾는다'고 하자 직원이 계산기를 내밀며 물었다.

계산기에 인터넷에서 본 실구매가를 찍어 보였다.

출고가(64GB 기준 109만4천500원)의 절반 이하 가격이었다.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어느 통신사로 옮길 거냐고 묻더니 A사면 가능하다고 했다.

6만원대 이상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 2개가 붙는 조건이었다.

5개의 매장을 더 돌았지만 다른 매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B 통신사로 이동은 안 된다는 조건이 공통적이었다.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이유였다.

한 매장 직원은 "오전에는 가능했지만 (보조금) 정책이 달라져 지금은 안 된다"고 했다.

이른바 치고 빠지는 '스폿성' 영업 방식이다.

해당 통신사는 갤노트8 개통 개시 후 빠르게 가입자가 늘었던 회사였다.

가입자가 몰리면서 지원금을 조정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속에 나선 마당에 눈에 띄는 가입자 순증은 단속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갤노트8과 함께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8의 실구매가도 크게 떨어졌다.

갤S8은 2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다.

프리미엄폰에 고액의 보조금이 풀렸다는 얘기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이날 매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오갔다.

6층 한쪽의 현금인출기에는 20여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갤노트8의 경우 25% 요금할인액이 지원금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예약 고객의 90% 이상이 요금할인을 택했지만 집단상가 방문객들은 지원금을 선호한다.

보조금을 최대로 받으려면 요금할인 대신 지원금을 택하고, 현금으로 완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요금할인 가입률을 일부 낮추는 역할도 한다.

방통위의 단속 강화로 17일에는 보조금 경쟁이 한풀 꺾였다.

갤노트8의 실구매가는 동일 조건에서 10만원 이상 올랐다.

하지만 갤S8나 G6 등 구형폰들의 가격은 여전히 들쭉날쭉했다.

이달 30일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고, 바로 대목인 추석 연휴가 시작하면 시장은 더욱 술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한제가 없어지더라도 신형폰의 지원금을 크게 올리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그간 지배적이었지만 갤노트8의 초반 보조금 경쟁은 이런 예상을 무색게 한다.

15일부터 시행된 25% 요금할인은 향후 보조금 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통사들이 매출 부담이 큰 요금할인으로 가입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지원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경쟁사 견제를 위해 유통망에 뿌리는 리베이트를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8만원대 이상 고액 요금제의 경우 총 요금할인액이 50만원을 넘는 상황에서 요금할인 수준만큼 지원금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