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ID' 기술 내놓자 가장 큰 탄성…"홈버튼 대신 스와이프 업!"
아이폰8·8플러스엔 큰 변화 없어…애플워치 통화기능에 관심
"잡스가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것" 아이폰 10년의 혁신 공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무대에 등장하자 뒤쪽 스크린엔 아이폰 초기 모델을 손에 쥔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포개졌다.

"그는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12일 오전(현지시간) 아이폰 신제품 출시 행사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
먼저 간 창업자를 기린 우주선 모양의 신사옥에서 아이폰 10주년의 혁신이 쏟아졌다.

쿡은 "10여 년 전 그가 아이폰 프로젝트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세상을 바꾸는 일이 시작됐다, 오늘, 그리고 항상 우린 그를 기억한다"는 말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어마로 인한 피해자들을 돕는 '핸즈 앤드 핸즈'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잠시 숨을 고른 쿡은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통로인 리테일 프로젝트부터 제시했다.

시카고의 미시간 애비뉴에 다음 달 20일 애플의 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신제품 공개 시간에 다다르자 애플워치를 스크린에 띄웠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심장박동 측정기라는 수식을 붙인 애플워치 시리즈3(3세대)는 스탠퍼드대와 협업하는 심장연구 프로그램까지 도입됐다.

애플워치의 새 무기는 단연 LTE 통화기능.
'셀룰러 빌트인'으로 표현된 통화기능 시연을 위해 프레젠터가 캘리포니아의 한 호수에서 한가롭게 패들서핑을 즐기는 같은 팀 직원 디드러에게 애플워치로 전화를 걸었다.

극장 내에는 "키노트(기조연설)를 듣지 못해 아쉽다"는 디드러의 음성이 애플워치를 통해 울려 퍼졌다.

쿡은 자신의 손목을 들어 올리며 "여러분의 손목에 400만 곡의 음악이 들어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애플TV를 등장시켜 4K HDR(하이다이내믹레인지) 화질에 대한 청중의 관심을 환기했다.

신형 아이폰은 쇼가 시작되고 50분이 지나서야 등장했다.

쿡은 "10년 전 터치스크린을 처음 도입하고 이어 페이스타임, 음성인식 시리, 터치ID를 들여왔을 때 아이폰의 진화는 계속됐다"며 "이제 혁신, 혁신, 또 혁신을 소개할 때"라고 말했다.
"잡스가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것" 아이폰 10년의 혁신 공개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가 먼저 무대에 올랐다.

두 제품은 아이폰 7·7플러스를 업그레이드한 연례 신제품이다.

프레젠터 필 실러가 스마트폰의 심장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새로운 A11 바이오닉을 이식했다고 강조했지만 청중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1천200만 픽셀의 듀얼렌즈 카메라도 이미 IT 매체에 대부분 '누출(리킹)'된 상태여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카메라와 비디오 캡처에 '머신러닝(기계학습)' 테크놀로지를 응용했다는 설명에는 다소 술렁이기도 했다.

피부색조와 옷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잡아주는 이미지 캡처 기능이 소개되자 탄성이 나왔다.

논란이 있던 무선 충전 기능을 '치(Qi)'라고 지칭하면서 객석의 반응은 점점 뜨거워졌다.

이제 아이폰을 공항 대기 좌석, 레스토랑 식탁, 자동차 콘솔박스에 그저 올려놓기만 해도 충전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하자 박수가 나왔다.

애플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의 정점은 예상대로 아이폰X(텐)이 찍었다.

쿡은 "하나가 더 남았다(One more thing)"며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아이폰 10년의 기술력을 모두 녹여넣었다는 아이폰X는 가장 많은 변화를 시도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 모델부터 고수해온 물리적 홈버튼이 사라지자 '그럼 어떻게 홈으로 돌아가지'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필 실러는 "매우 간단하고 쉽다"고 답했다.

그저 바닥에서 위로 들어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아이폰X는 '스와이프 업(swipe up)' 기능으로 홈 버튼을 대체했다.

앱을 끄거나 정리할 때, 이전 화면으로 돌아갈 때도 손가락을 위로 휙 올려주면 끝이라는 게 실러의 설명이다.

다음은 디자인.
아이폰에 남아있던 베젤(테두리)이 사라졌다.

실러는 "엣지 투 엣지 디자인"이라고 칭했다.

끝에서 끝으로 향하되 테두리는 없다는 뜻이다.

앞면과 뒷면에 유리를 붙이고 모서리에는 세련된 스테인리스 스틸을 입혔다.

아이폰4에 적용된 각진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과는 느낌이 달라졌다.

가장 많은 박수는 페이스ID(안면인식) 코너에서 나왔다.

사용자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3만 개의 점으로 나눠 그 점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아이폰의 지문인식 터치 ID에서 동일인이 인식될 확률이 5만분의 1이라면 페이스ID는 100만 분의 1이라고 소개하자 객석에서 탄성이 울렸다.

그러나 관심을 끌었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도입, 말하고 움직이는 이모티콘 '애니모지(Animoji)' 등은 기대만큼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