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30' 티저 광고
LG 'V30' 티저 광고
[ 이진욱 기자 ] 좋은 제품만 만들면 저절로 팔리던 시절은 지난지 오래다. 이젠 상향 평준화된 품질의 제품을 '어떻게' 파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은 우수한 품질 이상으로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LG전자가 변했다.

최근 LG전자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30' 공개를 앞두고 두 편의 광고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을 겨냥한 공격적 컨셉의 티저 영상이다. 자극적이면서 흥미로운 광고 문구는 주목도를 높이는데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1편은 갤럭시노트의 상징인 '펜'을 부러뜨리는 모습을 담았다. 손 안에서 연필을 가지고 놀다가 ‘조금만 기다려, 뭐가 다른지 똑 부러지게 보여줄게’라며 반으로 분질러 V자를 형상화했다. 2편은 좀 더 노골적이다. 노트 사이에서 펜을 꺼내는 모습부터 갤럭시노트와 S펜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너와 헤어져야 할 이유가 생겼어’라고 적는 모습이 이어지며, 페이지를 찢고 노트를 휙 던져버린다.

LG전자의 이번 광고는 V30이 노트와 펜을 대신할 수 있는 대화면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강조한 동시에 노트8을 대체할 수 있다는 메세지도 전달했다. 경쟁작을 디스(상대방을 비판하거나 깎아내리는 행위)하는데 그치지 않고 셀프 PR까지 챙긴 셈이다.

LG전자의 이런 움직임은 낯설다. 경쟁사의 디스 대상이 되거나 셀프 디스는 했어도 스스로 주체가 된적은 없었다. '겸손 마케팅'이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는 그냥 나온게 아니다.

LG전자는 신제품의 구매 포인트가 될만한 기능을 홍보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출시 이후에도 제품 기밀을 지킨다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작은 기능도 혁신적인 특징으로 포장하는 경쟁사들의 마케팅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V30의 전작인 V20의 경우 티저광고 문구에 사용된 표현이 온라인상에서 희화화되기도 했다.
LG V30 추정 이미지
LG V30 추정 이미지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LG전자는 V30을 통해 그간 보여준 소극적, 수동적 이미지를 털어낼 기세다. 침체된 스마트폰 사업을 일으킨다는 책임감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동시에 읽힌다. 실제로 V30은 LG전자가 마케팅 콘셉트를 바꿀만큼 경쟁력을 갖췄다. 품질과 사양으로 따지면 먼저 공개된 노트8에 꿀릴 게 없다는 평가다. 오히려 낫다는 시각도 있다.

V30은 퀄컴 스냅드래곤835를 처음으로 탑재할 예정이며 2880×1440 OLED 디스플레이를 제품 전면부에 가득 채운 ‘올레드 풀비전’을 적용한다. 베젤리스 디자인을 채택한 노트8과 하드웨어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6인치로 커졌지만 V20 대비 상단 베젤은 약 20%, 하단 베젤은 약 50% 줄어 제품의 크기는 오히려 작아진다. 먼저 공개된 노트8이 전작보다 약간 커진 점을 아쉬워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전자는 V30의 카메라에도 공을 들였다. V30의 렌즈 조리개값은 스마트폰 중 최고 수준인 F1.6이다. 렌즈 재질도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다.

LG전자의 공격적 마케팅은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통큰 결정으로 이어졌다. V30 체험단 규모가 G6 출시때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것. 체험단의 모집 인원은 역대 최대 규모인 500명으로, 2초에 1명씩 신청할 정도로 반응도 괜찮다.

V30은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7’의 개막 하루 전인 오늘(31일) 오후 공개된다. 정식 출시일은 9월 21일로 노트8과 정면 대결을 펼친다. LG전자의 '전에 없던' 공격적 마케팅이 '전에 없던' 결과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