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안동공장 직원이 백신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 안동공장 직원이 백신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지난 22일 경북 안동시에 있는 SK케미칼 백신 공장. 직원들이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올가을 독감 예방접종에 쓸 제품이다. 계절을 타는 독감 백신의 특성상 안동 공장은 여름철이 가장 바쁘다.

이홍균 SK케미칼 엘하우스 공장장은 “지난 6월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공장을 가동해 500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생산했다”며 “출고된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출하 승인을 거쳐 다음달부터 전국 보건소와 병·의원으로 보내진다”고 말했다.

◆계란 파동 비켜간 백신 공장

SK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정란이 아니라 세포배양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한다. 산란계를 키울 필요가 없어 생산기간이 5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됐다. 항생제 보존제를 쓰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나 계란 파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 독감 대유행 등 위기 상황에도 백신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초기 설비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유정란 방식보다 생산단가가 높다.

SK케미칼은 생산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개의 신장 상피세포를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배양기 벽면에 붙어 증식하던 세포를 물 위에 떠서 증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배양기 크기를 키우지 않아도 백신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공정 단축을 위해 백신 공장 중 최초로 1회용 무균백을 사용하는 싱글유즈시스템도 도입했다. 배양기를 세척·멸균할 필요 없이 1회용 백만 교체하면 된다.

이대현 SK케미칼 팀장은 “증류수, 가스를 적게 사용해 친환경적이어서 다른 제약사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치열해지는 4가 독감 백신

SK케미칼은 작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 4가 독감 백신을 출시했다. 한 번의 접종으로 네 종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다. 기존 3가 독감 백신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다. 올해는 사노피파스퇴르가 4가 독감 백신인 박시그리프테트라를 출시한다. 동아에스티와 보령바이오파마가 녹십자와 사노피 원료를 사용해 자체 포장한 제품도 선보인다. 올해 판매되는 제품만 아홉 종에 달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 출하 승인을 신청한 4가 백신은 국내 6개사가 제조한 700만 명 분량과 수입사 두 곳의 300만 명 분량 등 1000만 명 분량이다. 올해부터는 생후 13~59개월 어린이까지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확대돼 접종 대상이 약 180만 명 늘어난다.

SK케미칼은 시판되는 4가 독감 백신 가운데 최초로 만 3세 이상 전 연령층에 접종이 가능한 데다 예방 범위가 넓은 4가 접종이 권장되고 있어 생산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 허가 임박

SK케미칼은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의 식약처 허가도 앞두고 있다. 현재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한 대상포진 백신이다. SK케미칼은 연 800억원대인 국내 시장을 공략한 뒤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사노피파스퇴르와 함께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도 공동 개발 중이다. 안동 공장에 폐렴구균 백신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 공장장은 “자궁경부암 백신과 소아장염 백신, 수두 백신 등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은 백신의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안동=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