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리더 탐구②] 김종문 툴젠 대표 "몬산토의 선택…유전자가위 기술력 인정한 결과"
"몬산토는 아직 미국에서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툴젠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사갔습니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한 것입니다. 툴젠은 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유전자가위를 개발해 전달효율을 높였습니다.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 자신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만난 김종문 툴젠 대표(58·사진)는 툴젠이 새로운 도약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1999년 설립돼 지금까지 국내에서 체력을 다졌다면, 이번 몬산토로의 기술수출을 계기로 유전자가위 관련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표를 만나기 하루 전날 툴젠은 세계 1위 종자기업 몬산토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특허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몬산토는 툴젠 기술의 비독점적 글로벌 통상실시권을 부여받았다. 비독점적이기 때문에 툴젠은 몬산토 외에 다른 기업에도 특허 실시권을 팔 수 있다. 몬산토는 툴젠의 기술을 옥수수 콩 면화 등 주요 작물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툴젠은 몬산토로부터 기술사용에 대한 선급금 및 개발단계별 성과기술료(마일스톤), 제품판매에 대한 경상기술료(로열티) 등을 받게 된다. 자세한 조건은 양사의 합의에 의해 공개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몬산토가 브로드연구소에 이어 툴젠의 기술까지 도입한 것은 유전자가위를 작물 개발에 적용함에 있어 활동의 제약을 없애려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몬산토는 툴젠 기술의 도입에 앞서 지난해 9월과 올 1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과 하버드대가 운영하는 브로드연구소로부터 유전자가위 기술 2건을 이전받은 바 있다.

"툴젠, 유전자가위 특허 경쟁서 우위"

유전자가위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편집 또는 삽입하는 기술이다. 좋은 형질을 강화한 동식물 개발은 물론,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이후, 각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됐다"며 "이를 위해서는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막아서 기능을 역추적할 수 있는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여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그래서 혁명적이란 설명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 2세대 탈렌을 거쳐 3세대 크리스퍼로 발전해왔다. 세 가지 유전자가위를 개발해 상업화한 회사는 세계에서 툴젠이 유일하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크리스퍼라는 RNA에 유전자 절단 효소를 붙여서 만든다. 크리스퍼가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가게 하기 때문에, 이전 세대 기술보다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징크 핑거와 탈렌은 단백질이 표적 유전자를 인식한다.
제공=툴젠
제공=툴젠
이같은 장점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 2012년 5월 UC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미국에서 처음 특허를 출원했다. 같은 해 10월 툴젠, 12월 브로드연구소의 출원이 이어졌다.

브로드연구소는 가속심사제를 통해 2014년 미국 특허권을 취득했다. 이에 먼저 특허를 출원한 UC버클리가 미 특허청에 브로드연구소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저촉심사를 신청했다. 당시 미국은 출원을 먼저 한 사람의 특허를 인정하는 선출원주의가 아닌, 먼저 발명한 사람에 특허를 주는 선발명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3년여의 검토 끝에 올 2월 미 특허청은 브로드연구소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두 기술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UC버클리는 시험관에서 크리스퍼를 사용해 DNA를 교정하는 기술을, 브로드연구소는 동물세포에서 교정하는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었다.

김 대표는 "툴젠이 브로드연구소에 앞서 출원한 기술도 동물세포에 적용한 것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미국이 현재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개월 앞서 출원한 툴젠 기술의 등록은 긍정적이라 본다"고 했다.

몬산토도 이에 대한 검토가 있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툴젠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는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10개국에 출원돼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과 호주에서 가장 먼저 특허를 등록했다. 미국 특허 등록은 올해나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툴젠은 또 가장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한다고 평가받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에 탑재할 수 있는 최소형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기존 대비 29% 작다.

그는 "기존에 유전자가위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4인승 차가 필요했는데, AAV를 이용한 전달체는 2인승"이라며 "여기에 실을 수 있는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가위는 한국 최초로 수출된 원천기술"

김 대표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우그룹과 한국IBM을 거쳐, 삼보컴퓨터그룹 이사 등을 역임한 정보기술(IT) 전문가였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기업 '두루넷'의 창립과 국내 최초 나스닥 직상장까지의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30대부터 임원 생활을 하면서 호강을 했지만 40대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편한 생활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고, 평소 알고 있었던 김진수 박사의 제안으로 툴젠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툴젠의 창업주다.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전자가위 학계의 유명인사다.

그의 요청에 따라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김종문 대표가 툴젠에 합류하면서 제안한 것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동식물 적용이다.

김 대표는 "툴젠의 방향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신약 개발인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 5~10년이 걸린다"며 "이 과정에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식물 교정 사업을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동아대학교와 고올레인산 콩, 농우바이오와 색변환 당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기능성 감자 등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연변대학교와는 지방층을 줄인 근육강화돼지를 개발해 중국과 한국 특허를 등록했다.

툴젠은 최근 동식물 사업 강화를 위해 충북 오송에 연구소 부지를 매입했다. 연구개발 시설을 확충해 동식물 연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신약 개발도 진행 중이다. 유전성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과 혈우병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금속활자라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알리지 못해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원천기술자로 세계에 알려졌다"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한국에서 처음 수출된 원천기술이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