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세포배양방식 백신 생산
지난해 세계 최초 세포배양방식 4가 독감백신 출시
다음달부터 전국 보건소, 병의원에 백신제품 출하
SK케미칼 직원이 안동 L하우스에서 백신이 생산되는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 직원이 안동 L하우스에서 백신이 생산되는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지난 22일 경북 안동 SK케미칼(49,400 +1.23%) 백신 공장. 직원들이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올 가을부터 시작되는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이달 23일까지 백신 생산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절을 타는 독감 백신의 특성상 안동 공장은 여름 휴가철이 가장 바쁘다.

이홍균 SK케미칼 엘하우스 공장장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공장을 가동해 5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생산했다”며 “출고된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이달부터 전국 보건소와 병·의원으로 보내진다”고 말했다.

◆계란 파동 비켜간 백신 공장

SK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정란이 아닌 세포배양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한다. 유정란 방식은 계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을 배양한다. 바이러스가 계란의 영양분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백신에 두드러기 등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60년 이상 내려온 방식으로 위험 부담이 적고 생산 단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SK케미칼은 전통 방식을 깨고 동물 세포를 숙주로 택했다. 애완견의 일종인 코커스패니얼의 신장 상피 세포를 이용해 무균 배양기에서 백신을 만든다. 산란계를 키워 계란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 생산기간이 5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됐다. 항생제, 보존제를 쓰지 않고 조류 독감이나 계란 파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 독감 대유행 등 위기 상황에도 백신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초기 설비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생산단가가 높다.

SK케미칼은 생산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개의 신장 상피 세포를 개량하는데 성공했다. 배양기 벽면에 붙어 증식하던 세포를 물 위에 떠서 증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배양기 크기를 키우지 않아도 백신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됐다.

공정 단축을 위해 백신 공장 중 최초로 1회용 무균백을 사용하는 ‘싱글유즈시스템’도 도입했다. 배양기를 세척, 멸균할 필요 없이 1회용 백만 교체하면 된다. 이대현 SK케미칼 팀장은 “증류수, 가스를 적게 사용해 친환경적이어서 다른 제약사들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하는 SK케미칼 공장 가보니

◆해마다 균주 바뀌는 독감 백신

독감 백신 제조사들은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만들고 남은 물량은 모두 폐기처분한다.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발표하면 제조사들은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에 균주를 요청한다.

균주가 배송되면 백신 제조공정이 비로소 시작된다. SK케미칼은 국제 특허를 받은 ‘부유배양 자체 세포주 MDCK-Sky’를 세포은행(셀뱅크)에서 꺼내 바이러스와 함께 배양한다. 바이러스 증식이 완료되면 바이러스의 독성을 제거하는 불활화를 거쳐 항원을 분리한 다음 정제해 백신으로 만든다.

일회용 주사기에 백신을 충전하고 나면 자동 이물 검사기가 한번에 35컷의 사진을 촬영해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검사하고 걸러진 제품은 다시 사람이 수작업으로 불량을 검수한다. 최종 불량률은 0.1% 정도다. 완제품은 2~8도로 유지돼 보관, 유통된다.

◆경쟁 치열해지는 4가 독감백신 시장

SK케미칼은 작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방식의 4가 독감 백신을 출시했다. 한 번의 접종만으로 4개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다. 기존 3가 독감백신보다 한단계 발전한 형태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출하승인 신청된 4가 백신은 국내 6개사가 제조한 700만명 분량과 수입사 2곳의 300만명 분량 등 총 1000만명 분량이다. 올해는 사노피 파스퇴르가 4가 독감 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를 출시한다. 동아에스티와 보령바이오파마가 녹십자와 사노피 원료를 사용해 자체 포장한 제품을 선보인다. 올해 판매되는 4가 백신만 9종에 달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시판되는 4가 독감 백신 중 처음으로 만 3세 이상 전 연령층에 접종이 가능하도록 허가 받았다. 보건당국이 예방 범위가 넓은 4가 접종을 권장하고 있어 4가 독감 생산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세계 두번째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의 식약처 허가도 앞두고 있다. 현재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한 대상포진 백신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연 800억원대 규모인 국내 시장을 공략한 뒤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사노피 파스퇴르와 함께 ‘차세대 폐렴구균백신’도 공동연구개발 중이다. 안동 공장에 폐렴구균 백신 생산 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 공장장은 “자궁경부암 백신과 소아장염 백신, 수두 백신 등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은 백신들의 임상도 진행 중”이라며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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