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열전] 목동 동네병원서 재활시스템 갖춘 양한방 병원으로 변신
김현호 동신한방병원장(39·사진)은 한의계 유명인사다. 서울대 공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봐 2004년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한의사가 된 뒤 이공계 지식과 한의학을 접목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동의보감 등 옛 의서에 남은 4만여 개의 처방 데이터를 모아 이를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했다. 인체 동작을 분석하는 의료기기도 개발했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 근무하던 그는 지난 4월 동신한방병원 병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 서울 목동에 문을 연 동신한방병원은 동신대학교재단 소속 병원이다. 김 원장은 “동신한방병원을 국내 최고 양한방협진병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서울 목동에 있는 동신한방병원
서울 목동에 있는 동신한방병원
2004년 개원한 동신한방병원은 목동 인근 지역 주민을 위한 동네병원이었다. 특별히 집중하는 진료 분야 없이 여러 한방 진료과 환자를 봤다. 김 원장은 이 병원을 재활 분야에 집중하는 병원으로 바꾸고 있다. 병원을 리모델링하면서 1층에 재활센터를 세웠다. 66병상이던 규모를 87병상으로 늘렸다. 전문치료사도 충원했다.

김 원장이 주목한 환자는 뇌졸중 및 수술 후 재활환자다. 한방재활 침구과 등을 전공한 한의사 8명, 재활의학과 내과 전문의 2명이 재활환자를 치료한다. 병원이 있는 서울 강서지역은 관절척추 병원들의 격전지로 불릴 정도로 수술 병원이 많다. 하지만 수술받은 환자가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한방병원은 드물다. 김 원장은 “수술 환자는 대부분 1주일 안에 퇴원한 뒤 통원치료를 한다”며 “이때부터 재활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재활치료를 하면서 한의사가 침·뜸치료를 병행하기 때문에 환자 회복 속도도 빠르고 만족도도 높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방병원이 잘 운영되려면 의사와 한의사 간 신뢰관계가 필수”라고 했다. 의료진을 영입할 때는 이 같은 철학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고 있다. 내부 의료진 간 학문적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토론의 장도 늘렸다. 전문 치료사 역할 역시 중요하다. 그는 “의사, 한의사는 물론 재활치료사도 참여해 최신 치료법을 배우는 콘퍼런스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양한방 협진치료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각종 한의계 정책 연구 결과를 보면 협진을 원하는 환자 수요는 높다. 두 직역 간 갈등이 심한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양한방 협진 성과도 내고 있다. 그는 “재활센터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 성장, 피부 분야 협진도 구상하고 있다”며 “양한방 협진으로 최적의 효과를 내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