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모바일 파고든 아날로그…보드게임이 돌아왔다
모바일 게임 시대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아날로그 게임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을 맞대고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이다. 2000년대 반짝 인기를 끌다가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보드게임이 최근 다시 인기몰이 중이다.

보드게임은 판 위에 말이나 카드를 놓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1982년 출시된 최초의 보드게임인 ‘블루마블’이 큰 인기를 끌면서 보드게임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보드게임 카페가 생기면서 전성기가 열렸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마니아를 위한 게임으로 불리며 게임 판의 사각지대에 있던 보드게임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대학가 및 도심을 중심으로 보드게임 방과 보드게임 카페가 성행하고 있다. 보드게임 대회가 수시로 열리고 보드게임 광고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드게임 부활의 원천은 디지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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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라이프 스타일’의 확대가 보드게임 산업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을 통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예전보다 쉽게 모여 보드게임을 하고 이를 통해 규모 있는 게임 대회가 열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상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보드게임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유명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따르면 2015년 1년간 킥스타터를 통해 모은 보드게임 펀딩 금액은 8500만달러다. 이는 같은 기간 비디오게임 펀딩 금액인 4100만달러의 두 배 규모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시된 게임 수는 1396개에 달한다.

보드게임 시장은 최근 5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완구협회에 따르면 미국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6억달러(약 1조7992억원)로 2014년보다 약 11% 성장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해즈브로’(미국) ‘라벤스브루거’(독일) ‘아스모디’(프랑스) 등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보드게임 업체다.

한국은 보드게임 산업의 역사가 짧아 정확한 시장 규모를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보드게임을 수입하거나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 매출을 기반으로 파악한 국내 보드게임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1000억원이다. 이는 국내 완구 시장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최대 보드게임 업체인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매출은 연간 10% 안팎 늘고 있다. 보드게임 개발과 퍼블리싱(배급), 유통을 담당하는 이 회사의 매출은 2015년 245억원에서 작년 28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5억원에서 49억원으로 늘었다. 행복한바오밥 젬블로 등 규모가 작은 보드게임 업체들도 2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스마트폰 연계해 게임도 다양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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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국내외 보드게임 산업 매출 성장에는 보드게임의 변화도 한몫했다. 최근 출시되는 보드게임은 스마트폰과 연계해 게임을 진행하거나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신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아날로그 게임이 갖고 있는 한계를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활용 등으로 극복해 몰입을 극대화했다.

국내에서는 보드게임을 교육 보조 기구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보드게임이 지닌 구조적·사회적·정서적·교육적 특성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들이 교육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블루마블 형식의 ‘엔트리봇 보드게임’은 작은 판에 자신이 원하는 코드를 심고 말을 움직이면서 프로그래밍 기초를 배운다. 수익 측면에서도 교육용 보드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한 보드게임 업체 관계자는 “교육용 보드게임이 돈이 된다”며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도 교육용 게임 매출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