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마화텅 텐센트 회장. / 사진=한경 DB
(왼쪽부터)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마화텅 텐센트 회장. / 사진=한경 DB
# "다음 디딤돌은 유럽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유럽행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네이버는 한국을 넘어 일본과 동남아까지 세력을 넓혔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크려면 미국과 유럽 시장을 잡아야 했다. 두 곳을 비교하자면 사실상 토종 강자들이 없는 유럽 시장에서 기회가 더 커 보였다.

# "20억명으로는 부족하다. 세상 모두를 연결시키겠다."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상 처음으로 월 이용자 수(MAU) 20억명을 돌파한 지난 27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소감은 짧고 담담했다. 그는 아직 페이스북과 연결되지 않은 전세계 10억명의 인터넷 사용 인구를 주목하고 있었다.

# "전세계 게임 시장을 평정하다."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텐센트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세계 1위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86억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거침 없는 텐센트를 향해 주요 외신들은 '아시아의 마블' '게임 제국' 등 다양한 표현을 쏟아냈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각자의 진영을 다졌던 이들이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면서 치열한 IT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가 미국 제록스사부터 인수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 있는 센터 전경. /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미국 제록스사부터 인수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 있는 센터 전경. /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 유럽 판세 뒤집을까

2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는 유럽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해진 창업자가 유럽에 머물며 직접 시장 개척을 지휘하고 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미국 IT 기업들이 강세를 보인 시장이다. 검색 서비스에서는 구글이, 메신저에서는 페이스북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현재 유럽에서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이같은 미국 중심의 판을 네이버가 흔들고 나섰다. 유럽 현지 분위기도 네이버 쪽에 우호적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미국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며 미국 IT 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27일 EU는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역대 최대 과징금인 24억2000만유로(약 3조700억원)를 부과한 점도 이러한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속도도 빠르다. 단순히 사업만 들이밀면서 진출하는 게 아니다. 투자,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면서 강력한 속도와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이 이끄는 코렐리아캐피털 펀드에 총 1억유로(약 12000억원)를 출자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F'에 스타트업 육성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프랑스 첨단기술연구센터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인수를 발표했다.

이같은 광속 행보를 두고 네이버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유럽에 있는 이해진 창업자의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에 직원들도 놀라워하고 있다"며 "유럽 진출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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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구글, '현지화'로 신흥국 공략

한 발 앞서 유럽 시장을 장악한 미국 IT 기업들은 아시아와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0년 MAU 10억명 돌파 후 아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페이스북이 지난 7년 동안 아시아와 신흥국에서 확보한 이용자는 MAU 20억명 달성의 원동력이 됐다. 유럽에 대적할 상대가 없는 것은 구글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새 격전지로 떠오른 곳은 인도다. 인도의 인구는 13억명으로 중국과 비슷하지만, 평균 나이는 26.7세로 더 젊다. 생활 수준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시장의 매력이 크다.

일찍 인도에 진출한 페이스북과 구글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페이스북은 통신 인프라가 열악하고 저사양 스마트폰이 많은 신흥국 시장을 위해 프로그램이 가벼운 앱을 따로 만들었다. 2014년 인수한 메신저 '왓츠앱'은 사용료를 폐지하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현재 인도 메신저 시장 1위는 왓츠앱이다.

구글은 올해 자사 번역 서비스와 모바일 키보드 등에 인도 언어들을 추가했다. 인도 인터넷 이용자 4억명 중 60%가 인도 토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료 와이파이망 제공이나 스마트폰 교육 등 공공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연례 개발자회의에서는 신흥국을 겨냥해 중저가 스마트폰 전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GO'도 선보였다.

◆대륙 평정한 中 기업, 글로벌 공룡과 어깨 나란히

한·미·중 IT 공룡, 세계 정복 나선다…국경 없는 글로벌 행보
중국 IT 기업들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세력을 키워왔다. 전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 30억명 중 7억명이 중국인일 정도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IT 기업의 시장 진입을 규제한 덕도 컸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정부의 보호 울타리 안에서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중국 메신저와 게임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2011년 등장해 중국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위챗'은 텐센트의 작품이다. 위챗은 중국 안방 시장을 주무대로 MAU 10억명을 기록 중이다.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에 이어 글로벌 톱3 메신저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위챗을 "개인,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에 필수불가결한 앱이 됐다"고 평가했다.

게임 시장에서 텐센트는 전세계 곳곳으로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텐센트가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국적은 미국 핀란드 한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하다. 텐센트는 현재 글로벌 PC 및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게임을 배급하는 회사다.

텐센트는 자국 시장에서 주력 사업으로 얻은 자금들로 신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핀테크(금융+IT)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성장성 높은 분야, 유망 기업이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손을 뻗고 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