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1인 방송도 '욜로 시대'…고양이 집사·캠핑 채널에 열광
직장인 김희은 씨(33)는 밤에 잠이 안 오면 유튜브에서 ‘ASMR’을 검색한다. 만년필 촉이 ‘슥슥’거리며 종이 위를 지나가는 소리,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병뚜껑 따는 소리나 면봉으로 귀 청소하는 소리 등을 담은 영상이 줄줄이 뜬다. ASMR은 ‘자율감각쾌락반응’의 약자.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들이다. 국내 대표 ASMR 영상 창작자인 ‘다나’와 ‘미니유’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각각 44만 명, 34만 명에 이른다. 김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해야 할 때 ASMR 영상을 보는 동료들이 많다”고 전했다.

‘1인 방송’이 진화하고 있다. 자극적인 먹방(먹는 방송)이나 요리법·화장법 소개, 게임중계가 대부분이던 1인 창작 영상물이 자기계발,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이란 뜻) 라이프’ 콘텐츠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수요자들도 10대 이하, 또는 고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장은 “세분화된 취향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MCN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며 “‘MCN 2.0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자기계발, ‘욜로 라이프’로 확장

웃고, 즐기고, ‘시간 때우는’ 용도였던 1인 영상콘텐츠 채널들이 지식탐구와 자기계발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8명의 한국인 댄서들이 K팝을 포함한 인기 가요 안무를 소개하는 채널 ‘원 밀리언 댄스 스튜디오’(구독자 579만 명)가 대표적이다. 채널이 만들어진 2015년 2월부터 유명 가수의 춤을 배우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영상 조회 수는 13억 회로 늘었다.

CJ E&M 관계자는 “언어 장벽을 초월하는 콘텐츠라서 구독자의 80%가 미국 베트남 태국 등의 현지인”이라며 “언어가 중요하지 않은 ASMR, 반려동물 놀이 콘텐츠 등도 글로벌 구독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건강 유지와 몸매 관리를 위해 집에서 짬을 내 운동하려는 사람들은 ‘홈트(홈트레이닝)’ 영상을 찾는다. 아이 둘 엄마인 안젤라 정이 집에서 하기 쉬운 운동을 가르쳐주는 채널 ‘스미홈트’가 가장 인기다. 난이도별·신체부위별 운동법은 물론 식단 관리 등에 대한 영상도 올린다. 6만 명이 구독 중이다.

‘욜로 라이프’ 관련 콘텐츠도 뜨겁다. 사진작가 김종훈 씨는 유튜브 ‘캠핑한끼’ 채널에 매달 2~5개씩 새로운 캠핑 요리 영상을 선보인다.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는 자연 공간에서 코펠과 버너를 이용해 한 끼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아름다운 영상 속에 녹인다. 김씨는 “바쁜 현대인들이 자연 속에서 한 끼를 만드는 영상을 보며 힐링과 대리만족을 한다”고 말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좋아하거나 이들을 키우는 ‘펫족’을 겨냥한 반려동물 콘텐츠도 인기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고양이 다섯 마리와 함께 생활하는 일상을 공개하는 채널 ‘수리노을’이 대표적이다. 고양이들이 사료를 먹는 모습,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등을 담은 영상에 27만 명의 구독자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모모세대’ 등 연령대 넓히는 1인 방송

MCN 업계는 이른바 ‘모모세대’를 겨냥한 콘텐츠에 관심을 쏟고 있다. 모모는 ‘모어 모바일(more mobile)’의 준말.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어린이·청소년을 일컫는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종 모바일 기기에 익숙해 모바일 기기가 주요 매체인 1인 방송의 큰 수요층이다.

다이아TV는 키즈 분야 창작자 발굴에 힘쓰고 있다. 현재 파트너십을 맺은 1140명의 창작자 중 159명(14%)이 키즈 관련 창작자다. 키즈 전문 채널 ‘라임튜브’를 운영하는 여섯 살 난 여자아이 길라임 양이 대표적이다. 라임이가 다양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영상이 올라오는 채널 ‘라임 튜브’의 구독자는 56만 명에 달한다. CJ E&M 관계자는 “아이가 창의성을 자극하는 놀이법을 직접 소개하다 보니 아이는 물론 부모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지난달 어린이 전용 앱(응용프로그램) ‘유튜브 키즈’를 국내에 출시했다. 프로그램, 음악, 학습, 탐색 등 4개 카테고리로 구성된 어린이용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이들에게 맞게 아이콘 크기를 키우고 음성 검색 기능도 갖췄다.

MCN 관련 사업자들이 키즈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은 봤던 것을 또 보며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을 즐겨 반복재생 비율이 높다”며 “성인 이용자와 달리 동영상 광고도 흥미롭게 보는 경우가 많아 광고주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 MCN(다중채널네트워크)

multi channel network. 유튜브 등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인기가 많은 1인 창작자와 계약을 맺고 콘텐츠 기획, 유통, 광고 유치 등을 돕는 사업. 광고 수익 등을 창작자와 나눠 가진다. 국내에서는 다이아TV, 트레져헌터, 샌드박스, 캐리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사업자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