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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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지 않고 출국 수속을 할 수 있는 전자여권과 자동출입국 심사시스템, 동사무소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민등록등본을 뗄 수 있는 홈페이지 민원24,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페이, 출근길에 매일 사용하는 교통카드시스템…. 정보통신기술(ICT)이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바꾼 사례들이다. 이 기술들엔 공통점이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LG CNS가 기술 개발을 맡았다.

교통카드시스템 등 개발

LG CNS의 전신은 LG그룹이 미국 EDS사와 합작 형태로 1987년 설립한 STM이다. 20개 계열사의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게 이 회사에 맡겨진 임무였다. 사내 정보망을 관리하던 STM은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나갔고 2002년 지금의 LG CNS로 사명을 바꿨다. LG CNS는 이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ICT 솔루션 업체로 발돋움했다. ICT를 활용해 자동출입국 심사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 CNS의 매출은 3조369억원에 달한다. 설립 30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LG CNS를 설명할 때 제일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한국의 교통시스템을 뒤바꿔 놓은 ‘서울시 T머니 교통카드시스템’이다. 2004년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버스와 지하철 택시를 교통카드 한 장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을 토대로 이뤄지는 거래는 하루 4000만 건에 달한다.

전자정부시스템도 LG CNS의 작품이다. 전체 프로젝트의 절반 가까이를 이 회사가 담당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사무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주민등록등본을 뗄 수 있는 인터넷 기반 공공문서 발급시스템인 민원24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대법원 등기 전산화, 국세청 현금영수증, 전자여권시스템 등도 LG CNS의 손을 거쳤다.

LG CNS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작은 2008년이었다. 2004년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8년 뉴질랜드 웰링턴시와 오클랜드시에 교통카드 단말기시스템을 수출했다. 뉴질랜드에 이어 △콜롬비아 보고타 교통카드시스템(2011년) △말레이시아 도시철도 통신시스템(2012년) △그리스 아테네 교통카드시스템(2014년) △콜롬비아 파스토시 버스관리시스템(2015년) △카타르 경전철 스크린도어시스템(2016년) 등을 줄줄이 수주했다.

해외 공공 시장에도 LG CNS의 작품이 많다. 2006년 인도네시아 경찰청 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 말 라오스 조세정보시스템 사업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자정부 수출로만 2억1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에너지와 IoT 등으로 사업 확대

이 회사가 꼽는 신성장동력은 에너지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이다. 첨단 ICT를 활용한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에너지 분야에서는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됐다. ICT를 에너지산업에 적용해 사업의 기획과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가시적인 결과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LG CNS는 이달 초 미국령 괌에 40㎿ 규모의 ESS(에너지 저장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괌 전역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ESS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LG CNS는 25년간 ESS를 운영하고 유지 보수하는 권리까지 함께 따냈다. 전체 사업 규모는 430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LG화학 익산 공장(23㎿h)과 오창 공장(7㎿h) 등지에 ESS를 구축했다.

LG CNS의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AI와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다양한 4차 산업 관련 기술을 확보해 차별화된 ICT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AI 빅데이터 플랫폼을 접목하면 생산 공정에 낭비 요소가 없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 CNS 관계자는 “기업 고객들이 AI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여러 가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LG CNS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