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챔피언 커제 9단에게 압승을 거둔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자신을 스승 삼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확보하면서 더 강력한 바둑 실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AI의 미래’ 포럼에서 “알파고가 1년 새 관찰을 통해 더 나은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강화학습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소개했다.

알파고는 지난 23일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1국에서 커제 9단을 289수 만에 1집 반 차로 눌렀다. 지난해 3월 한국의 이세돌 9단을 4-1로 이긴 때와 비교하면 놀랄 만큼 강해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허사비스 CEO는 한층 강화된 알파고의 학습 능력을 이번 승리 비결로 꼽았다. 그는 “알파고가 지난해 이 9단에 맞섰을 때만 해도 수많은 기보를 학습해야 했다”며 “이번에 공개된 새 버전은 관찰을 통해 스스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알파고는 셀프 대국으로 스스로 대결하고 이를 다음 대국을 위한 훈련 데이터로 활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종전의 버전과 3점 접바둑을 둘 정도로 강력해졌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와 인간의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알파고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탐사선 아폴로호처럼 인류 번영을 위한 하나의 도구”라며 “알파고를 이용해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나 교육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도 이날 포럼에 참석해 향후 알파고 기술을 가장 먼저 접목할 수 있는 분야로 의료분야를 꼽았다. 슈밋 회장은 “알파고가 입원 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25일 커제 9단과 두 번째 대국을 앞두고 있다. 26일에는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등 세계 챔피언 출신 5명으로 구성된 중국 대표팀을 상대로 대결을 펼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