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측우기로 측정했는데 수심이 세 치 두 푼이었다.”(6월28일)

조선 순조 21년이던 1821년 6월28일 시작된 비는 그해 8월8일까지 하루도 그치지 않았다. 조선왕조 기록을 담은 승정원일기에는 42일간 매일 한양에 내린 비의 양을 측정한 기록이 등장한다. 오늘날로 따지면 한 치는 20㎜, 한 푼은 2㎜에 해당한다. 42일 연속 강우 첫날인 6월28일 하루에 64㎜가 내린 셈이다. 승정원일기를 살펴보면 1821년 한 해 서울에 내린 비는 2566㎜에 이른다.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연구팀은 1778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지역 강우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1821년에 비가 가장 많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1821년 서울 강우량 2566㎜는 최근 서울 평년(1981~2010년) 강우량인 1450.5㎜보다 77%나 많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또 다른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는 6월1일부터 5일까지 내린 비가 312㎜에 이른다고 했다. 8월2일 하루 동안 내린 비만 186㎜에 이른다.

순조실록에 따르면 당시 내린 비로 한양에선 1079가구가 떠내려가고 양민 16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등 엄청난 피해를 봤다. 순조는 폭우로 민가에 큰 피해가 이어지자 조정에 사흘 간격으로 두 차례나 비를 그치게 해달라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기청제’를 열어 민심을 달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 연구는 승정원일기에 나타난 측우기 관측 자료와 근대 강수량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그간 연구된 강수량 측정 연구 가운데 가장 방대한 자료다. 이 연구는 한국기상학회(회장 손병주 서울대 교수)가 10~12일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에서 여는 기후분과 봄 학술대회에 소개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