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후 트렌드 예측…한국형 글로벌 신약 개발 돕겠다"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려면 트렌드를 미리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신약 개발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10여년 뒤 필요한 약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합니다.”

김성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연구개발본부장(CSO·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본부장은 LG화학(옛 LG생명과학) 바이오사업부문장, 안국약품연구소장 등을 맡아 27년 동안 신약 연구개발(R&D)을 이끈 전문가다. 김 본부장은 이달 초 국내 제약사, 바이오 벤처기업 등에 신약 개발을 지원해주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본부장은 “업계에서 일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신약 개발을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제약사나 바이오 벤처기업을 지원해 한국형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키고 싶다”고 설명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기업의 신약 개발 후보물질을 선정해 돕는 곳이다. 2020년까지 해외 기술이전 10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 산하에 있는 범부처 국가 R&D사업이다. 사업단은 현재까지 5건의 해외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110건의 신약 개발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연구개발본부장으로서 신약 개발 과제 선정 업무를 맡는다. 월례 보고서, 격월 단위의 과제관리, 현장방문 등을 통해 과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개발상의 애로 등을 상담하는 역할을 한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중요한 요소로 의지력과 통찰력을 꼽았다. 그는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통상 12년이 걸린다”며 “이를 견뎌낼 수 있는 의지력과 12년 후의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을 보고 신약 개발을 시작하지 말고 앞으로 유망한 분야를 찾아 이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신약 개발 환경을 파악하고 장점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은 우수한 병원이 많아 임상시험 환경이 좋고, 시장 규모가 작은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며 “해외 다국적 제약사들이 들어가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2020년까지 5건의 추가 해외 기술이전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인 과제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기존 사업단의 시스템을 바꾸기보다는 좋은 제도를 활용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