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에 자사 검색엔진, 웹브라우저 등을 기본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설치하도록 강요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러시아 정부가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벌금을 부과하고 제조사들에 강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결정이 비슷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드로이드폰에 앱 끼워 판 '구글 갑질'…첫 제동
◆구글, 러시아 정부에 백기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18일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 앱 의무 설치를 강요하지 않기로 러시아 정부와 합의했다”며 “780만달러(약 89억원)에 이르는 벌금도 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러시아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구글이 아니라 다른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해주는 크롬 위젯도 제공하기로 했다. 구글과 러시아 정부는 이번 결정을 ‘합의’라고 밝혔지만, 구글이 러시아 규제당국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검색엔진업체인 얀덱스는 2년 전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얀덱스는 한국의 네이버, 중국의 바이두 등과 비슷한 위상의 러시아 토종 포털이다.

얀덱스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86%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폰에 구글 검색엔진이 기본으로 설치되면서 얀덱스 검색엔진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구글이 자사 앱을 끼워넣으면서 경쟁사 앱이 설치되는 것을 막는 것은 명백한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더버지는 “얀덱스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와 자사 앱을 설치하는 협상을 할 수 있게 돼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재조사 여부는 미정

국내에서도 구글 앱의 안드로이드폰 선(先)설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은 2011년 4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하면서 구글 앱을 기본으로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2년여간 조사한 뒤 2013년 7월 구글의 앱 선설치 논란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사용자가 쉽게 네이버나 다음 등 다른 대체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경쟁 제한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스마트폰 제조사와 구글이 맺은 ‘모바일 앱 유통 계약서(MADA)’ 등을 공개하며 공정위에 재조사를 촉구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 앱 선설치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재조사 등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구글 앱 선설치 문제를 조사 중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 이를 토대로 공정위가 재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락/황정수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