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발 가격 전쟁…달아오르는 VR시장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은 가상현실(VR)기기를 착용하고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9일부터 이날까지 열린 ‘VR엑스포’를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관람객들은 오토바이 경주, 총싸움 게임 등 다양한 VR게임을 즐겼다. 일부 부스는 네 시간 이상 기다려야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붐볐다.

중고나라 등 중고 상품 거래 사이트에선 올 들어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가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PS) VR이 정가보다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는 많은데 공급량은 부족해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VR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소니의 PS VR은 작년 10월 출시 후 4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91만5000대가 판매됐다. HTC 바이브, 오큘러스 리프트 등 경쟁사 제품 판매량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HTC 바이브는 42만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는 24만대 정도 팔렸다.

소니 PS VR이 인기를 끄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VR 헤드셋 가격만 HTC 바이브는 799달러, 오큘러스 리프트는 599달러인 데 비해 PS VR은 VR기기에 컨트롤러까지 총 499달러다. VR기기를 활용해 체험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가 많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사인 페이스북도 가격 인하 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오큘러스 VR 헤드셋 ‘리프트’와 모션컨트롤러 ‘터치’ 세트 가격을 200달러 내린 598달러에 팔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도 스마트폰 외 PC와 연동하는 VR기기를 개발하면서 VR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LG전자는 미국 게임사 밸브와 손잡고 PC와 연동하는 VR기기를 개발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용 VR 헤드셋 ‘기어 VR’과 별개로 PC와 연동하는 VR 헤드셋을 개발 중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