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새 기기 교체 주기 계속 늦어져…눈에 띄는 혁신 없는 탓

세계 주요 시장의 소비자들이 새로 스마트폰을 바꾸는 주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이 빨리 새 단말기로 갈아타기보단 낡은 단말기를 오래 쓰는 경향이 커진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하면서 눈에 띄는 제품 혁신이 줄어든 여파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교체 수요 하락을 둘러싼 단말기 업계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유럽계 시장조사 기관 칸타월드패널(KW)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미국·중국(도심지역)·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7개국 소비자의 평균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KW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폰 교체 주기는 2013년 20.5개월이었지만 2014년 20.9개월, 2015년 21.6개월, 작년 22.7개월로 계속 늘어났다.

4년 사이 교체 주기가 2.2개월이 더 늦어진 것이다.

이런 성향은 유럽권 5개국도 같았다.

예컨대 독일인의 폰 교체 주기는 4년 전 17.1개월에 불과했지만 2014년 18.2개월, 2015년 18.8개월, 작년 20.3개월로 잇달아 길어졌다.

스페인은 2013년 교체 주기가 16.6개월이었지만 4년 뒤에는 20.5개월로 3.9개월이나 더 늦춰졌다.

교체 주기의 증가 현상이 그나마 덜했던 곳은 중국 도심지역이었다.

2013년에는 18.6개월이었는데 작년에는 20.2개월로 약 1.6개월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KW는 각국 소비자가 예전보다 더 느리게 스마트폰을 바꾸게 되는 이유로 최근 몇 년 사이 기기의 혁신 속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상향 평준화'로 디스플레이와 램(RAM) 등 제품 품질이 대동소이해지면서 웹서핑·동영상 시청 등 일상적 기능에서는 구형 폰으로도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KW는 "단말기 교체 수요를 북돋우기 위해 세계 각지 제조사와 이통사가 '조기 업그레이드'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스마트 워치(시계) 등 웨어러블 기기가 차세대 혁신 포인트로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웨어러블의 판매고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새 스마트폰 수요를 이끌 혁신 기능으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구글 어시스턴트' '삼성전자 빅스비' 등 인공지능(AI) 비서다.

KW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스마트폰용 가상 비서를 써본 소비자 비율은 중국이 63%로 가장 높았다.

이 사용률이 높으면 그만큼 현지 고객이 신생 기술인 AI 비서를 수용할 준비가 잘 됐다는 뜻이 된다.

이탈리아는 가상 비서 사용률이 40%로 조사 대상국 중 2위였고 미국과 독일이 각각 24%와 21%로 뒤를 이었다.

영국은 18%, 스페인과 프랑스는 16%·11%씩이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대세' 혁신 포인트가 되기에는 아직 기술 개발이 충분하게 된 상태가 아니라고 KW는 판정했다.

KW는 이어 "하드웨어(HW) 기능만으로 스마트폰 판매고를 끌어올리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애플 아이폰의 음원 서비스인 '애플 뮤직' 사례를 보듯 혁신적 HW 기술 위에 차별화한 콘텐츠 서비스를 얹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IT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신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 이동통신업계의 관계자는 "한국은 '기왕이면 좋은 새 단말기'라는 생각이 많아 출고가 70만원 이상 프리미엄폰의 점유율도 절반 이상"이라며 "다른 주요 시장과 비교해 특이한 점이 많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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