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올림픽' MWC] 무섭게 커버린 '차이나폰' MWC 심장부를 삼키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의 메인 전시장인 3번 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IBM 인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의 대형 부스가 포진한 곳이다. 올해 이곳에 처음 입성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있다. 무섭게 떠오르는 스마트폰 강자 ‘오포’다.

오포는 MWC 2017 개막일인 지난달 27일 글로벌 미디어를 자사 부스에 초청해 세계 최초 ‘스마트폰용 5배 듀얼 카메라 줌’ 기술을 공개했다. 무대에 오른 장안이 오포 부사장은 “106명의 엔지니어가 380일 동안 50개 특허를 바탕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며 “오포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 세계 시장에서는 4위까지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포는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점유율 12.3%로 애플(12.2%)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중국의 ‘모바일 굴기(우뚝 일어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모바일 올림픽’으로 불리는 MWC에서 화웨이 ZTE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은 이미 주인공의 자리를 꿰찼다. 화웨이는 1~3번 홀에 각각 초대형 전시관을 마련해 첨단 기술을 뽐냈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중국 업체들의 공언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화웨이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행사장의 1번 홀에 마련한 초대형 서비스 안내관.
화웨이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행사장의 1번 홀에 마련한 초대형 서비스 안내관.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P10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삼성과 애플을 수차례 언급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삼성 갤럭시S7의 카메라는 0.46㎜, 애플 아이폰7플러스는 1.35㎜ 튀어나와 있지만 화웨이 P10의 카메라 높이는 0㎜”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 나온 디자인)가 없다는 것을 경쟁사에 빗대 설명했다.

P10은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960’을 탑재했다. 세계에서 자체 개발한 AP를 사용하는 제조사는 삼성과 애플 정도 외에는 없다.

세계 3위 통신장비 업체로 부상한 ZTE는 3번 홀 한복판에 부스를 차리고 초고속 다운로드가 가능한 스마트폰 시제품 ‘기가비트폰’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최고 다운로드 속도가 초당 1기가비트(Gbps)에 달한다.

떠오르는 중국의 신예 지오니는 배터리 용량이 무려 7000㎃h에 이르는 괴물폰 ‘M2017’도 공개했다. 삼성 갤럭시S 시리즈, LG G시리즈 등의 배터리 용량이 3000~3600㎃h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아직 완성도에서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국내 업체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MWC 행사장에서 만난 영국 IT 전문매체 테크레이더 기자는 “중국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등은 삼성, LG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스마트폰이 잘 팔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안정락 기자 IT과학부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