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면 기술이 된다.”

['모바일 올림픽' MWC] '미스터T' 박정호 "미래사업 중심은 5·A·I·M"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 신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박 사장이 밝힌 신사업 전략의 핵심은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미디어 등 4개 사업 플랫폼 간 상호 융합이다. 각 플랫폼의 진보가 또 다른 플랫폼의 기술혁신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간담회 내내 박 사장의 발언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SK그룹의 통신 진출 계기였던 한국이동통신 인수 때부터 주요 통신 사업을 주도하며 얻은 ‘미스터 T’란 별명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주력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 현황과 통신 융합 서비스의 미래상에 대해 막힘없이 풀어냈다.

◆올해 수도권 3곳에 5G 시험망 구축

박 사장은 우선 차세대 통신 기술인 5G의 2019년 조기 상용화 방침을 공개했다. 5G는 현 LTE(4세대이동통신)보다 전송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다. 그는 “올해 영종도 외에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에 5G 시험망을 구축하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2019년까지 5G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2019년 5G 상용화 계획을 밝힌 KT와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게 됐다. 박 사장은 “5G 시대가 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안 하게 되고, 또 우리가 안 하고 있는 일을 하게 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5G 기술은 새로운 사업 기회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이 언급한 새로운 사업 기회 중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려면 초대용량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을 가능하게 해주는 5G 통신이 필수적이다. SK텔레콤은 5G 시험망을 설치하는 3개 지역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그래픽업체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의 기반이 되는 지도 데이터(T맵) 정밀도를 지금보다 10배 높일 방침이다.

◆“넷플릭스 추월 전략 짤 것”

더 빠르고, 더 많은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5G 통신이 AI 기술발전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통신 사업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AI 기술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는 박 사장이 SK C&C 사장 시절부터 투자를 집중한 분야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AI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박 사장은 “왓슨의 한국어 공부는 이미 끝났다”며 “음성인식 비서 ‘누구’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글로벌 기업과의 AI 기술 격차를 좁혀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플랫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면 한국의 콘텐츠 사업을 조금 더 유리한 조건으로 글로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TV 옥수수가 중국에 진출하면 중국의 넷플릭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타사 미디어 플랫폼의 가입자를 뺏어오는 방식의 1등 전략은 의미가 없다”며 “넷플릭스와 같은 선진 미디어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그들을 추월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짤 것”이라고 했다.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선 “지금까지 내가 추진한 M&A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모두 ‘윈윈’한 적이 많았다”며 “당장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다면 서로 상생하는 합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