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PC용 총싸움게임 ‘오버워치’ 등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용 노트북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기존에 데스크톱 PC로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얇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좋은 게이밍 노트북을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게이밍 노트북 ‘오딧세이’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만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까지 국내 게이밍 노트북 시장 판매량이 분기당 평균 2만~3만대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딧세이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선보인 게임용 노트북”이라며 “게이밍 노트북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삼성도 시장성을 보고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생큐 오버워치"…고성능 '게임 노트북' 전성시대
해외 업체들도 국내 게이밍 노트북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제이슨 우 에이수스코리아 지사장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에이수스의 게이밍 노트북 출하량은 2015년 대비 67% 증가했다”며 “한국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세 번째로 크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에이서도 미화 9000달러(약 1020만원)짜리 초고가 게이밍 노트북 ‘프레데터 21X’ 국내 출시를 검토하는 등 관심을 쏟고 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21인치 곡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커브드 노트북’으로 이용자 시선을 추적하는 ‘아이 트래킹’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게이밍 노트북이 인기를 끌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PC 시장도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권상준 한국IDC 수석연구원은 “국내 PC 출하량은 2012년 이후 꾸준히 감소했지만 지난해 게이밍 노트북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5년 만에 소폭(3.2%) 반등했다”고 말했다.

게이밍 노트북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오버워치 등 고사양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오버워치는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면서 글로벌 이용자 수가 지난달 26일 2500만명을 돌파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게이밍 노트북은 성능이 데스크톱 PC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무거웠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벼우면서도 성능 좋은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휴대하기 편해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향후 가상현실(VR) 게임 등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요구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면 게이밍 PC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오딧세이 노트북에 이어 같은 브랜드명의 VR 헤드셋을 내놓을 예정이다. 노트북과 헤드셋을 연동해 VR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기관 존페디리서치(JPR)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게이밍 PC 하드웨어 시장규모는 300억달러(약 34조1400억원)로 집계됐다. 앞으로 관련 제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2019년 최고 1400억달러(약 15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