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 지속…패블릿 노트북에 휴대성 성능 밀려
애플의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의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

[이진욱 기자] "태블릿 PC '아이패드'는 노트북보다 친밀하게 사용가능하며 스마트폰보다 우월하다. PC 시대는 끝났다."(스티브 잡스)

2010년 1월 애플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공개행사에서 "태블릿이 5년안에 PC를 대체할 것"이라며 태블릿 시대가 도래할 것을 확신했다.

잡스의 예측대로 아이패드는 세상에 나온 지 1년도 안돼 1500만대가 팔리면서 태블릿 돌풍을 일으켰다. 여기에 삼성전자(58,800 -3.29%)를 비롯한 업체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잡스의 예언은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태블릿의 성장은 오래지 않아 멈췄다. 스마트폰 화면은 커지고, 노트북은 얇아지면서 태블릿이 설 자리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대화면에 쓰기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폰인 '패블릿' 또한 태블릿의 위기를 부채질했다. 패블릿은 폰(Phone)과 태블릿(Tablet)의 합성어로 5인치 이상의 대형 스크린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일컫는 신조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신제품들을 쏟아내는 동안 태블릿은 다양한 크기가 출시되거나 메모리 용량이 커지는 것 외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결국 태블릿은 휴대성에서는 5.5인치의 패블릿에 밀렸고 성능에서는 노트북에 치이는 셈이 됐다.

과거에는 태블릿이 '블루오션'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으로 소비자에게 구매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태블릿이 5년안에 PC를 대체할 것이란 잡스의 예언은 성장이 멈추는 현실로 돌아왔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비롯한 대화면 제품들이 본격 등장하면서 태블릿 시장 규모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사진은 갤럭시노트5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비롯한 대화면 제품들이 본격 등장하면서 태블릿 시장 규모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사진은 갤럭시노트5

◆태블릿, 마이너스 성장 뚜렷…패블릿과 노트북이 오히려 태블릿 대체

태블릿PC 시장은 출시 이래 성장세를 보였지만 2014년 약 2억3000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태블릿PC 출하량은 5290만대로 전년보다 20.1% 감소했다. 9분기 연속 감소다.

지난해 전체 태블릿PC 출하량은 1억7480만대로 전년보다 15.6% 줄었다. 1위 애플은 18.8% 감소한 1310만대, 2위 삼성은 11.4% 줄어든 800만대를 출하하는데 그쳤다.

국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태블릿PC 이동통신 회선은 54만8118개였다. 2014년 57만6495개, 2015년 55만8130개에 이은 지속적인 감소세다.

태블릿은 지난 2년간 패블릿과 초경량 노트북 사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패블릿과 노트북을 대체하긴 커녕 자기 자리마저 내줬다. 태블릿이 PC를 대체할 것이라던 잡스의 예언이 여지없이 빗나간 순간이다.

특히 패블릿은 태블릿의 수요를 빠르게 빨아들였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비롯한 대화면 제품들이 본격 등장하면서 태블릿 시장 규모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태블릿은 구매의 주목적이었던 '콘텐츠 감상' 기능마저 패블릿에 내주면서 정체성 논란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이달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신제품 태블릿 PC 갤럭시탭S3를 공개한다. 사진은 '갤럭시탭S3' 행사 초대장.

삼성전자는 이달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신제품 태블릿 PC 갤럭시탭S3를 공개한다. 사진은 '갤럭시탭S3' 행사 초대장.

◆애플·삼성, 신제품 잇따라 출시…차별화 어려워 성장세 전환 비관적

1㎏ 안팎의 노트북이 출현한 것도 태블릿에 악재로 작용했다. 노트북이 문서작성 등 활용성에서 우위를 점하는데다 가벼워지면서 휴대성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초경량 노트북 시장 출하량 규모가 2011년 400만대에서 2016년 4900만대로 12배 이상 성장한 점은 이를 증명한다.

IT업계 관계자는 "태블릿 출시 초기에 소비자들은 필요성보다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비교됐던 태블릿의 장점이 사라져 수요가 감소했다"며 "소비자들은 태블릿이 차별화 기능을 갖추지 않는 한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태블릿 제조사들은 신제품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장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패블릿과 노트북 사이에서 태블릿의 차별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신제품 태블릿 PC 갤럭시탭S3를 선보인후 3월중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신제품은 PC와 연동기능이 강화되고 음성서비스가 탑재되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 업무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도 3~4월 아이패드 신제품 3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아이패드 3종이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2, 10.1~10.9인치 테두리(베젤)가 좁은 모델, 9.7인치 아이패드 에어2 후속모델 등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블릿 시장이 역성장에서 벗어나려면 태블릿만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태블릿에 적용할만한 혁신적 디자인이나 기능은 구조상 패블릿이나 노트북에도 적용가능한 것들이라서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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