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9월부터 포항 흥해에서 건설 중인 국내 첫 지열발전소에는 ‘에너지 하베스팅’이란 독특한 기술이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지열 발전은 화산 지대처럼 땅속 깊은 곳에 있는 고온의 증기를 뽑아내 터빈을 돌린다. 이 같은 열원이 부족한 흥해 발전소에서는 인근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냉각수 등 중저온 폐열을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을 공급한 포스코ICT 측은 “증기뿐만 아니라 중저온 열수까지 활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SI의 '스컹크웍스 실험'…"말단 아이디어도 사업화"
국내 주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내부 직원의 다양한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ICT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 육성하는 ‘스컹크웍스’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사내 연구소 이름을 딴 이곳에서는 아이디어가 발제되면 참여 직원을 모집해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나선다. 작년 한 해 동안 제출된 120건의 아이디어 가운데 18건에 대해 스컹크웍스 팀이 꾸려졌으며 9건은 실제 사업화도 이뤄졌다. 공장 설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설비 진단 기술도 이렇게 탄생했다. 기계 설비는 작동 과정에서 진동 소리 열 등 고유 신호를 내는데 이들 데이터를 분석하면 고장 징후를 미리 발견하고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ICT는 이 기술을 포항제철소 후판 공장의 주요 설비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8월 ‘씨드랩’이라는 사내 아이디어 연례 공모제를 시작했다. 임직원이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기반으로 시제품 제작 및 시장 조사 등 6개월에 걸쳐 사업 가능성을 탐색한다. 지금까지 438건의 아이디어가 제출됐으며 두 차례 심사와 공개 발표회 등을 거쳐 동영상 검색 및 분석 엔진 솔루션 등 4개가 최종 선정됐다.

SK(주)도 작년 9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분야에 관심있는 직원들이 자원해 연구 주제와 사업 아이템을 함께 고민하는 ‘테크 콜라보 랩’을 신설했다. 주제마다 5~10명씩 모여 총 9개팀이 꾸려졌다. 조직 및 직급에 관계없이 팀 구성이 이뤄진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IoT 디바이스 저전력 보안 기술 팀은 각기 다른 부서에 소속된 차장 3명과 과장 1명, 대리·사원 3명 등 7명으로 구성됐지만 리더는 과장급이 맡았다.

LG CNS도 2011년부터 사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아이디어팜’을 운영하고 있다. 총 1857건의 아이디어 가운데 207건이 직원 추천을 많이 받은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으며 구체화 작업(현재 41건)을 거쳐 18건이 최종 실행됐다.

한 SI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일감이나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영업해온 SI기업은 혁신에 소극적이던 게 사실”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