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판정을 위한 1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7월20일 퀄컴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판정을 위한 1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7월20일 퀄컴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공정위 의결에 따라 연간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퀄컴 특허 사용료를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퀄컴은 28일 공정위 결정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의결서를 받는 대로 시정명령의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퀄컴은 자사의 전체 매출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안팎이라는 공정위 발표도 반박했다. 퀄컴은 2016회계연도에 한국에서 휴대폰 판매와 관련해 받은 특허 사용료는 전체 수입의 3% 미만이라고 했다.

돈 로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은 “공정위 조사 때 상호 자료 검증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우리의 요구와 권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아래 미국 기업에 보장된 것이지만 공정위는 절차적 보호 조치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젠버그 부사장은 “수십년간 퀄컴은 한국 기업들과 무선 인터넷 발전을 지원해왔다”며 “이번 결정은 퀄컴이 모바일 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퀄컴은 공정위 결정이 국제법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며 다른 국가와 기업들이 퀄컴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공정위 결정에 따라 특허 사용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그동안 휴대폰 제조사에 칩을 공급하며 단말기 가격의 약 5%에 해당하는 특허 사용료를 받아왔다. 특허 사용료를 산정할 때는 칩이 아니라 단말기 가격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칩도 제조하는 삼성전자는 판매처를 확대할 길이 열리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퀄컴의 특허권 사용 제한으로 외부 업체에는 칩을 판매하지 못하고 삼성 스마트폰에만 자사 칩을 써왔다. 임호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경영전략본부장은 “이번 공정위 결정을 계기로 퀄컴이 칩 특허권을 다양한 업체에 허용해 기업들이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