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태풍에도…삼성, '인재채용·M&A' 흔들림 없다
[ 이진욱 기자 ]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사장단 인사, 경영 계획 등 주요 일정들은 미룬 가운데, 미래 먹거리 확대와 인재 확보에는 흔들림 없이 적극적인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매년 12월 첫째 주에 실시하던 사장단 인사를 최순실 게이트 검찰수사와 국정조사 청문회로 인해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최순실 일가에 특혜 지원을 했다는 각종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일정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이번 주부터 특검 수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당분간 사장단 인사와 경영계획 수립은 더 어려워진 상황.

삼성은 이런 분위기에서도 인재 채용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현재 회사 측은 지난달 최종 합격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4주간 그룹 공통 연수를 받은 뒤 각 계열사의 개별 연수와 직군별 교육과정을 거쳐 내년 3월 각 사업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업계는 삼성이 올 초 삼성SDI케미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면서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은 전장(전자장비), 바이오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해 예년 수준의 채용 규모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바이오, 전장 부문의 인력을 늘리면서 전체 채용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현호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채용 규모는 예년 수준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 3월에도 예년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삼성의 하반기 채용 규모가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상반기 합격자 4000여명을 더하면 1만5000명에 육박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최근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사업부 스마트가전 태스크포스(TF)에서 근무할 사물인터넷(IoT) 분야 경력직원 채용에도 나섰다. 모집 분야는 기획·전략 수립, 상품기획, IoT 애플리케이션 운영, 데이터분석·API 기획운영 등이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사장(왼쪽),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전장사업팀 부사장이 지난달 21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하만 CEO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사장(왼쪽),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전장사업팀 부사장이 지난달 21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하만 CEO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삼성은 압수수색, 청문회 등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신사업 투자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14일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인 9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자동차 전장 사업의 최고봉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하만을 인수키로 한 것이다.

업계는 삼성이 하만 인수를 통해 연평균 9%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위축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하만 인수 발표 불과 이틀 뒤엔 '뉴넥 캐나다' 인수도 발표했다. 뉴넥 캐나다는 별도의 앱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현재의 문자메시지 시스템을 이용해 대용량 동영상을 주고받거나 단체 대화방을 열 수 있는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기술을 가진 업체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엮어있는 일련의 사태들과 별개로 인력 채용과 인수합병은 결정되고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