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동영상서비스 전성시대] 스마트 세상,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뀐다
세계 미디어업계는 요즘 인터넷 기반 동영상(OTT) 서비스 전쟁이 한창이다. OTT 서비스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기존 지상파 방송이나 유료 케이블 TV보다 편리하고 값싸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OTT는 영문 ‘over the top’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top’은 셋톱박스를 뜻한다. 직역하면 ‘셋톱박스를 넘어서(통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의미다. 셋톱박스는 디지털 신호를 수신하는 장치다. 디지털망을 통해 비디오 서버로부터 전송받은 압축 신호를 가정에 있는 TV로 볼 수 있도록 원래의 영상 및 음성신호로 복원해준다. OTT 서비스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 증가와 브로드밴드 속도 개선 등에 힘입어 급팽창하고 있다.

너도 나도 OTT… 2019년 61조원 시장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전성시대] 스마트 세상,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뀐다
넷플릭스와 훌루 등이 OTT 서비스의 선두 주자다. 넷플릭스는 약 8600만명의 유료 가입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드라마를 독점 방영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전 세계에 진출했다. 훌루는 콘텐츠 시청 전 7초 광고를 기반으로 무료 OTT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훌루 플러스 가입자는 600만명을 웃돈다.

이들 업체가 성공을 거두면서 기존 미디어 사업자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OTT 서비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트위터는 무명의 OTT 업체인 페리스코프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트위터에서 동영상을 서비스해 경쟁자인 유튜브에 대항하기 위한 포석이다.

소니도 미국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비유(PS Vue)’를 하고 있다. CBS 방송은 지상파TV 중 처음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야후(Yahoo)는 동영상 기술 신생업체인 ‘레이브이(RayV)’와 동영상 광고업체 ‘브라이트롤(BrightRoll)’을 인수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케이블 채널인 HBO도 지난 4월 ‘HBO 나우’란 이름으로 OTT 서비스에 진출했다. 나우 가입자는 HBO 케이블 채널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고도 인터넷 TV용 셋톱박스인 ‘애플 TV’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이용해 HBO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정보기술(IT)시장 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OTT 동영상 시장 규모는 2013년 179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19년 554억달러(약 61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OTT 서비스가 활성화된 북미지역 시장 규모는 2014년 107억달러(약 12조원)에서 2019년 1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OTT산업 성장세는 눈부시다. 미국 미디어시장 조사업체인 라이트만리서치에 따르면 4년 전 24%이던 미국 내 OTT 가입 가구 비율은 올 들어 49%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OTT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든 콘텐츠 연합 플랫폼 ‘푹(Pooq)’, 현대HCN과 판도라TV가 합작 설립한 ‘에브리온TV’ 등이 대표적인 OTT 서비스다. 이동통신 3사도 가세했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KT와 LG유플러스의 모바일OTT 서비스다.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전성시대] 스마트 세상,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뀐다
내가 원하는 시간·장소서 즐기는 콘텐츠

케이블TV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OTT 서비스로 인한 가입자 이탈이 많아서다. 미국은 케이블 TV를 해지하고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비율이 2010년 16%에서 2014년 48%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케이블 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가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활발하게 소비하면서 시청 패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아 있기보다 내가 선택한 시간에, 내가 선택한 장소에서, 내가 선택한 콘텐츠를, 내가 선택한 단말기로 소비하는 시청 경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전달한 TV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시청하던 시청자는 이제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영상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법이 달라졌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가 대중화돼 미디어시장이 ‘스마트해진’ 결과다.

OTT 서비스가 뜨는 이유는 기존 방송 서비스가 소비자의 변화하는 요구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데에도 있다. 시간대별, 채널별 편성권을 쥔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시청자 개인의 취향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해 제공했다. 제한적인 채널 선택권만을 가진 소비자는 그 시간대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든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OTT 서비스에서는 굳이 시간에 얽매여 ‘본방 사수’를 할 필요가 없다. 개인화된 시청 소비 습관을 가진 현대인에게 적절한 맞춤 서비스다.

올해 초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예상과 달리 실적이 부진하자 새로운 전략으로 유통망 확대에 본격 나섰다. 서울에서 강력한 SO 딜라이브와 손잡고 OTT 셋톱박스 ‘딜라이브 플러스’를 출시했다. 딜라이브 플러스는 안방에 있는 대형 TV와 연결돼 전용 리모컨으로 넷플릭스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모바일이나 컴퓨터로만 보던 넷플릭스를 대형 TV로 볼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자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