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혁신 정체 방증…"기기 사양·디자인만으로 차별화 어려워"

애플과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의 장점을 서로 차용하면서 점차 닮아가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도 검증된 사양과 디자인을 모방하면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이동통신 3사에서 갤럭시S7엣지 유광블랙(블랙펄) 색상 모델을 출시했다.

유광블랙은 애플이 최근 아이폰7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처음 선보인 색상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갤럭시S7엣지 블랙펄 모델 출시는 이런 수요를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폰이 갤럭시의 블루코랄 색상을 따라 한 것과 비슷한 마케팅이다.

삼성전자 전문 매체인 샘모바일은 갤럭시S8이 타입C 포트를 채택하고 본체에서 이어폰 구멍을 없앨 것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이 역시 아이폰7 시리즈가 처음 시도한 디자인이다.

스마트폰에서 이어폰 구멍을 없애면 외장 케이스 두께를 줄이는 동시에 내부 배터리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유선 이어폰에 익숙한 소비자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것이 과제라면 과제다.

갤럭시S8은 또 아이폰7처럼 스테레오 스피커를 장착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인수한 하만과의 시너지를 명분으로, 스마트폰 오디오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밖에 갤럭시S8은 아이폰이 4s 모델부터 음성비서 시리(Siri)를 탑재한 것처럼 비브(VIV)의 음성비서 기능을 탑재할 전망이다.

비브는 시리 개발자들이 설립한 미국 스타트업으로 지난 10월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물론 아이폰이 갤럭시S를 따라오는 부분도 있다.

아이폰7 시리즈는 처음으로 IP67 수준의 방수·방진 기능을 갖췄다.

이는 앞서 갤럭시S5가 시도했고 갤럭시S7이 계승한 것과 유사한 기능으로 스마트폰 잔고장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내년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7 차기작은 갤럭시S 시리즈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무선충전 기능, 듀얼엣지 디스플레이 등을 뒤늦게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아이폰7s 혹은 아이폰8 디스플레이에 사용해 갤럭시S7엣지와 비슷한 디자인을 구현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에 공통점이 많아지는 것은 스마트폰의 혁신 속도가 그만큼 느려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한 작전이 경쟁사를 모방하는 것에 그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이 무섭다.

대표적으로 중국 BBK전자 자회사 비보(Vivo)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엑스플레이6(Xplay6)를 보면, 아이폰7과 갤럭시S7엣지의 디자인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것 같은 외양에 놀라게 된다.

퀄컴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 6GB 메모리와 128GB 저장 용량, 4천80mAh 대용량 배터리, 후면 듀얼 카메라 등을 갖춰 사양도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S에 뒤지지 않는다.

한 국내 전자회사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의 추격이 워낙 위협적이어서 단순히 기기 사양과 디자인만으로 스마트폰을 차별화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