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통화 논란에 "흥미롭다"·자신 패러디한 볼드윈에 "연기최악"
"트럼프, 자신 반대하는 사용자 트위터서 차단" 논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대한 외교안보 전략 발표부터 자신을 풍자한 배우에 대한 연기 품평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내며 '트위터 통치'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트위터로 생각과 감정을 무절제하게 표출한다는 비판을 받자 당선 직후 이를 삼가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세계를 놀라게 한 '37년 만의 미·대만 지도자 통화' 언급도 어김없이 트위터를 통해 흘러나왔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트럼프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통화를 처음 보도하고 트럼프 정권 인수위가 이를 확인해 세계 언론이 이를 일제히 전하면서 "미중 관계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쏟아내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그는 "대만 총통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을 뿐 아니라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비판에 응수했다.

이어 TV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트럼프 역할을 맡은 알렉 볼드윈이 "나는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트위터를 한다"고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를 풍자하자 그에 대한 반박도 트위터로 했다.

트럼프는 4일 트위터에서 "SNL을 한번 보려 했더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완전히 편향적이고 재미도 없으며 볼드윈 연기는 그보다 나쁠 수 없다"고 평했다.

앞서 그는 선거운동 기간 자신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대한 분노나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릴 때 '폭풍 트윗'을 했다.

당선 이후 정권 주요 직책 인선에 대한 귀띔도, 성조기를 태우면 시민권 박탈이나 징역형에 처할 것이라는 언급도, 쿠바가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맺은 협정을 끝내버리겠다는 폭탄선언도 트위터를 통해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다음달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개인 트위터 계정을 계속 유지, 관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수석 고문인 켈리엔 콘웨이는 4일 CNN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그 결정은 전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달려 있다"며 "백악관 비밀경호국과 다른 사람들이 결정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아주 좋은 플랫폼"이라며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본능과 판단을 따랐던 아주 독특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트위터에서 손을 떼지 않는 트럼프를 향해 주요 언론들은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140자로 제한돼 상세한 설명과 근거 등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미디어를 통해 정제되지 발언으로 연일 충격을 안긴다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도구인 트위터로 '허세'(bombast)를 부린다"고 꼬집었다.

수전 글래서 폴리티코 편집장도 "트럼프와 민주당 적수들은 기존 언론산업과 마찬가지로 뉴스를 만들고 생산하고 유통하고 확대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으며 점차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트위터 이용자의 계정을 차단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대중에게 말을 하는 와중에 일반인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차단 당한 한 사용자는 "트럼프를 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차기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하는지 관심 없는 게 아니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도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접근을 차단당했다는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의 트윗을 소개했다.

일부는 트럼프의 타임라인에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뜬 화면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뉴욕대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티머시 나프탈리는 "대통령이 연설할 때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지 못하도록 차단당하느냐"고 되물으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의 말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