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센터 모범생' 대전의 위기
“센터 운영비의 45%를 차지하는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 내년 운영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대전시의회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시 지원 예산(15억원)을 내년에 편성하지 않기로 한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창조경제박람회장에서 만난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대전혁신센터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이후 지자체의 잇단 창조경제 관련 예산 감축에도 대전시의 내년 예산 편성을 낙관하고 있었다. 대전혁신센터의 성과가 워낙 좋은 데다 대전시가 내년 예산안 편성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의회가 하루아침에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위기에 빠졌다.

정부는 전국에 1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한 뒤 통상 운영비의 60%를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는 지자체 몫이다. 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이 낸 돈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용도로만 사용한다. 올해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비 33억원(SK그룹이 지원하는 35억원 제외) 가운데 절반 가까운 15억원도 대전시에서 받았다. 이 중 상당액은 인건비, 사무실 임차료, 멘토링 지원, 시제품 제작 지원 등에 쓰이고 있다. 이 금액이 전액 삭감되면 대전혁신센터가 사용하는 지원센터 사무실은 물론 지원센터에 근무하는 10여명의 지원 인력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2014년 3월 창조경제혁신센터 가운데 가장 먼저 문을 연 대전혁신센터는 약 2년8개월 동안 스타트업 126개를 발굴했고 입주 기업이 투자 유치한 금액도 약 300억원에 달한다. 입주 기업 중 한 곳은 지난 9월 해외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도 1000여명의 청년 대상 맞춤형 교육 사업이 이뤄지는 등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이 확정되면 상당수 사업이 감축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혁신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잇달아 혁신센터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한 벤처기업이 볼 수밖에 없다”며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창업 생태계를 키우려면 정치적 논란과 상관없이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시의회는 오는 12일 예산결산위원회를 열어 대전혁신센터 예산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임원기 IT과학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