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수십% 급성장…선점 효과 VS 토종 프리미엄 격돌

올해 기준 연간 약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글로벌 강자들과 토종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가상화된 정보기술(IT) 자원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컴퓨팅'이라는 말로 흔히 정의된다.

소프트웨어, 스토리지(저장공간), 서버, 데이터베이스 등 IT 자원을 사용자가 사서 이용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제는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접속해 '빌려서' 쓰고 그에 따라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은 선진 기술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토종업체들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는 기술적 특성상 한번 서비스업체를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 선점 효과가 큰 분야지만, 기밀사항을 외부에 보관한다는 측면에서 해외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 글로벌 강자들과 토종기업들의 대결이 만만치 않다.

◇ 시장규모 연간 1조원…연평균 수십% 성장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소비자용으로도 구글 드라이브·포토,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네이버 N드라이브 등 서비스가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365', 구글의 '구글 닥스'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된다.

클라우드가 등장한 2000년대 후반에는 이처럼 산업 및 기업에 전방위로 도입될지 예상하지 못했으나, 현재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46.3% 성장한 7천664억 원이었고 올해는 약 1조원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지난해 6.4%로 아직 낮았으나, 올해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3년 내에 20∼30%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클라우드 이용은 ICT 기업 중심에서 금융, 방송, 공공부문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산업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글로벌 업체들 한국 사업 진출·확장
국내 클라우드 시장 확대 전망에 따라 아마존, 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선도 기업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올 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5번째로 서울에 리전(Region)을 세우고 가동을 시작했다.

리전은 여러 개의 데이터센터를 갖춘 물리적 장소를 가리킨다.

MS는 내년 1분기 서울과 부산 두 곳에 새로운 리전을 가동해 자사 서비스 '애저'(Azure)와 '오피스365' 등 국내 고객들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장키로 했다.

IBM은 올해 8월 SK주식회사 C&C와 공동으로 경기도 판교에 클라우드 센터를 구축해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 최대 IT업체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알리바바클라우드도 올해 4월 '클라우드링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라클도 올해 1월 대규모 기술 로드쇼인 '오라클 클라우드 월드'를 한국 최초로 서울에서 여는 등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말에 NIPA가 클라우드를 쓰는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글로벌 업체 제품의 비중이 높았다.

하드웨어의 경우 민간기관의 51.8%가, 공공기관의 88.9%가 외산 제품을 썼으며, 소프트웨어는 민간기관의 47.4%, 공공기관의 69.5%가 외산 제품을 썼다.

'성능과 품질이 가장 높기 때문'이 선호 이유로 꼽혔다.

◇ 토종 업체들의 움직임
국내에서는 작년 9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되면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이동통신사, SI(시스템통합) 업체, 중소 IT업체 등을 중심으로 클라우드의 급성장이 만들어 낸 기회를 잡는 데 나섰다.

KT는 유클라우드 비즈라는 서비스명으로 서울, 천안, 김해 등지에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왔으며, 미국에도 독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서울시의 무인자전거 대여반납서비스 등도 KT 클라우드에서 돌아간다.

LG CNS는 국내에 서울 상암IT센터와 가산센터, 인천센터,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미국, 유럽, 중국 등 3개 글로벌 거점에서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SK주식회사 C&C는 IBM, 알리바바클라우드 등 세계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협력해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인프라웨어가 내놓은 '폴라리스오피스'는 가입자 4천여만명 중 90% 이상이 해외 사용자다.

이 제품은 전세계 안드로이드폰의 70% 이상에 탑재돼 있다.

셈웨어가 개발한 공학·수학 교육용 문제 해결 SaaS '매스프리온'은 지난해 말 서비스 개시 이후 전세계에서 1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올해 10월 상용으로 전환했다.

또 SK텔레콤의 클라우드베리와 네이버 클라우드 등도 자체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클라우드사업단의 이민우 클라우드산업진흥팀장은 "클라우드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여러 방면에서 기본 인프라가 되며. 4차산업혁명이 확산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내 SaaS 기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