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사장
[ 이진욱 기자 ] 재계가 '최순실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연말 인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LG전자 스마트폰 부문이 갤럭시노트7 단종과 G5 실패라는 악재를 맞으면서 각 수장들이 인사 태풍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노트7 단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은 갤노트7 1차 리콜로 1조원, 단종 결정으로 2조6000억원 등 최소 3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철저한 성과주의의 삼성인 만큼, 관련 책임자인 고동진 사장(무선사업부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 1차 리콜 기자회견에서 갤노트7 사태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며 모든 책임을 질 것이란 인상을 줬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왔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 사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갤노트7 개발을 총괄한 고 사장이 원인을 규명하고 사태를 마무리 짓는 게 최선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삼성이 전통적으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 사장의 잔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은 2000년대 이후 실적 악화를 이유로 문책성 인사를 거의 단행하지 않았다. 2011년 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사장)의 경질이 유일하다. 이 역시 정기인사가 아닌 7월의 인사였고, 장 사장은 5개월만에 중국본사 사장으로 복귀했다.

최순실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검찰에 연이어 소환되는 상황에 무리한 인사를 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핵심 책임자를 단기간에 교체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고 사장에게 갤노트7 단종 사태 마무리를 일임하되 경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G5'
LG전자 'G5'
고 사장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조준호 LG전자 사장은 경질설에서 좀 더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조 사장이 이끄는 MC(모바일)사업본부는 올 초 야심차게 내놓은 'G5'의 실패로 3분기 누적 79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7000억원 정도 늘었다.

전략 스마트폰 'V20'도 실적 악화를 지우기엔 역부족이다. 판매 초기 갤노트 단종 효과를 보긴 했지만, 아이폰7이 출시되면서 주춤한 모양새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V20은 아이폰7 출시 후 10월 4주차 판매에서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5주차에 9위로 다시 진입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V20은 미국 시장에선 출시 후 2주간 하루 평균 2만대 가량이 팔렸지만, 시장이 한정적이라서 곧 한계에 부딪힐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조 사장의 구조조정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재임 기간인 약 2년간 조직개편 및 인력재배치, 조기 퇴직 지원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며 MC사업부 직원 수를 크게 줄였다.

실제 올 3분기 기준 MC사업부 직원수는 5714명으로 조 사장 취임 전인 2014년 말 7901명보다 2187명(27.7%)이나 줄었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MC사업부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실적 부진의 책임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사장은 G5의 실패로 인한 실적 악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조사장은 큰 폭의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점은 연말 인사에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