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권 자료 학습…한국어 질의응답·자동상담·의료진단 가능

국내 인공지능(AI) 업체인 솔트룩스가 자동상담과 의료진단 등이 가능한 AI 플랫폼 '아담'(ADAMs)을 공식 출시한다.

AI 플랫폼은 금융기관·병원·쇼핑몰 등 업체가 첨단 자동화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반 AI 기술을 뜻한다.

암 진단에 활용되는 IBM의 '왓슨' 등이 대표 사례다.

솔트룩스는 23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부터 아담의 베타(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정식 서비스는 내년 3월부터다.

주요 고객은 보험사·전자회사 등 기업이며, 현재 기업용 AI 플랫폼으로 활발히 영업을 벌이는 IBM 왓슨과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 2천만 가지 주제에 답변 '척척'
2천개의 CPU(중앙처리장치)로 구성된 '전자두뇌' 아담은 자연언어처리·기계학습·시맨틱 검색(의미와 맥락 기반의 검색) 등 기술이 적용돼 사람 말을 알아 듣고 말하며, 지식을 습득해 축적할 수 있다.

솔트룩스는 아담이 도서 60만권 분량의 자료를 학습해 '한국' '이순신' '버락 오바마' 등 2천만 가지 주제에 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담은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3개 국어로 지식을 쌓았고 현재 한국어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내년에는 영어 대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기사를 골라주고 사진 등 이미지를 검색하고 환율을 계산·분석하는 등 고급 AI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솔트룩스는 최근 수능 만점자 등을 퀴즈 대결에서 이겨 큰 관심이 끈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AI '엑소브레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엑소브레인의 대규모 지식 학습·축적과 추론 기능을 솔트룩스가 맡고 있다.

솔트룩스는 아담에도 엑소브레인의 개발 역량이 고스란히 반영됐으며, 이 AI 플랫폼도 엑소브레인처럼 사람을 압도하는 퀴즈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아담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자 2명과 장학퀴즈 기출문제 대결에서 140점을 받아 각각 80점과 20점을 받은 '인간 대표'를 가볍게 제쳤다.

◇ "자연스러운 대화는 아직…"
아담은 언어 기반의 질의·응답을 할 수 있지만, 현장 시연 때 모습은 진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덕혜옹주' 등 어려운 단어는 발음이 살짝 꼬였고 질문을 할 때 억양이 부정확하게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트럼프의 나이는?'이라는 질문을 '트럼프의 나이든'으로 이해하는 등 음성 인식 오류도 일부 있었다.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이사는 "아담은 사람으로 치면 아직 유아"라며 "대화능력도 기계학습을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만큼 정식 서비스 시기인 내년 3월이면 훨씬 말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담은 지식을 쌓고 보관하는 '아담 데이터허브', 데이터 심층 분석과 도표 등 시각화를 맡는 '아담 애널리틱스', 실제 지능형 서비스를 구현하는 '아담 인텔리전스' 등 3개 세부 서비스로 나뉜다.

기업 고객은 주로 아담 인텔리전스의 API(타사의 온라인 서비스를 끌어쓸 수 있는 기술규격)를 통해 아담을 활용하게 된다.

예컨대 아담 인텔리전스를 자사 콜센터에 심어 자동 상담을 시키거나, 쇼핑몰 웹사이트에 탑재해 외국인 고객에게 즉석 번역을 해줄 수 있다.

◇ "IBM 왓슨보다 저렴해 강점"
솔트룩스는 아담이 주요 경쟁자가 될 IBM 왓슨보다 국제화 등 측면에서 뒤지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왓슨은 7개 국어를 구사해 현재 한국어 질의만 하는 아담을 훨씬 앞선다.

이경일 대표는 "한국어 측면에서 집중 연구를 했던 만큼 아담이 국내에서 강점이 있다.

자체 전산 시스템에 AI 플랫폼을 설치하는 비용이 왓슨은 200억원 가량이라면 우리는 30억∼4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솔트룩스는 시범 서비스 기간인 올해 12월∼내년 3월에는 로봇 제조사 '로보티즈' 등 16개 파트너 기업에만 아담을 제공해 AI의 품질과 안정성을 개선한다.

내년 3월 정식 서비스부터는 의료진단·자산관리·로봇안내원·법률·사물인터넷(IoT) 등의 다양한 업체에 아담의 도입을 추진한다.

솔트룩스는 AI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 등에 AI용 지식 보관 창고인 '아담 데이터 허브'를 단계적으로 개방키로 했다.

AI 개발에 최대 고충이 데이터 부족인데, 이 난관을 해결해줘 누구나 AI용 서비스를 고안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AI는 스마트폰과 포털 등 IT(정보기술) 분야의 유망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의 유명 AI 벤처인 '비브'를 인수해 휴대전화용 AI 비서를 개발하고 있으며, 네이버도 최근 검색·상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인 '아미카'를 공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