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장(왼쪽부터)과 디네시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이 21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손을 맞잡았다. 연합뉴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장(왼쪽부터)과 디네시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이 21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손을 맞잡았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電裝)사업에서 후발 주자다. 2005년 전장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물론 글로벌 경쟁사인 구글 및 애플에 비해서도 5~10년 뒤처졌다. 글로벌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는 이런 간격을 단번에 좁히고 뒤집겠다는 ‘한 수’다. 커넥티드카(무선인터넷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자동차) 솔루션 및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분야의 대표 기업인 하만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기술(IT)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가진 삼성이 손을 잡으면 단숨에 스마트카 전장 부문에서 대표적인 1차 협력사(티어1)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두 회사가 내놓은 청사진이다.

◆삼성+하만, 스마트카 시대 주도

디네시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와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장(사장),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부사장)은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 14일 합병 결정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이다.

팔리월 CEO와 손 사장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중 하나는 ‘시너지’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입지를 다져 온 두 회사가 하나의 목표를 놓고 협력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당장 전자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티어1 공급사를 노릴 수 있다. 팔리월 CEO는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합병을 통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삼성, 하만 인수의 셈법] 전장사업 강자 하만과 손잡은 삼성…스마트카 '티어1' 노린다
그는 “하만은 전장사업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개발 경험, 오랜 관계로 구축된 고객 네트워크가 있고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여기에 하만이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센서, IT, 디스플레이, 모바일 기술이 더해지면 스마트자동차와 자율 및 반(半)자율 자동차에 대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사장도 “전장산업 분야에서 주요 고객과 관계를 꾸준하게 맺어 왔고, 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좋은 하만과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만났다”며 “삼성전자는 전장 같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경험 및 고객과의 관계가 필요한데 하만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과거 10년이 PC 시대, 지금이 스마트폰 시대라면 앞으로 10년은 스마트카 시대”라며 “배터리는 물론 메모리 반도체 등에서도 스마트폰보다 자동차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팔리월 CEO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업계가 두 회사 합병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지난주 합병 발표 뒤 손 사장과 현대차를 비롯한 수많은 고객사를 만났는데, 모두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었다”며 “삼성전자는 스마트자동차 시대에 1차 협력 업체가 되는 게 목표라는 점을 고객사에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2018년 스마트폰에 하만 기술

삼성전자와 하만은 전장 부문 외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만의 음향기술을 삼성전자의 TV나 스마트폰에 접목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사장은 “하만은 오디오 분야에서 상징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뛰어난 음향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반면 삼성은 디스플레이 부문이 강한데, 훌륭한 오디오와 뛰어난 비디오가 함께 나가면 훨씬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인수가 완료되면 하만의 명품 오디오기술을 스마트폰 갤럭시S시리즈나 TV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8년께는 하만의 기술을 담은 스마트폰 및 TV 모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만과 삼성전자가 모두 뛰어든 보안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두 회사는 전망했다. 손 사장은 “모든 스마트한 것은 결국 연결돼 있다는 의미이고, 연결은 곧 보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하만은 독자적인 보안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리월 CEO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보안 솔루션 녹스와 하만의 보안 기술이 결합될 때 기대 이상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