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대상이 대통령상이더라. 그 상 안 받고 이 상(우수상)도 충분히 만족하게 해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한 수상자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의혹의 중심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원술 로이게임즈 대표는 이날 우수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은 뒤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유명 PC게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화이트데이’ 등을 개발한 국내 게임업계 1세대 개발자다.

박 대통령을 꼬집은 이 대표의 수상 소감에 행사장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상은 보통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지 않느냐”며 “달라진 대통령의 위상을 반영하는 한마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는 더 좋은 나라에서 더 좋은 게임으로 이용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한편 문체부 과장이 대상 시상자로 나서는 사태도 발생했다. 지금까지 게임대상 최고상인 대상은 주무부서인 문체부의 장관이나 차관이 시상해왔다. 하지만 조윤선 장관을 비롯한 장·차관급은 이번 행사에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다. 문체부가 차은택 씨 비리와 연루되면서 국장급 이상 고위관리들이 사태 대응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상 시상을 맡은 최성희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조 장관은 지스타가 매우 중요한 행사로 참석하고 싶어했지만 부득이하게 불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