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만점자 vs 인공지능, 장학퀴즈 대결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자존심을 건 퀴즈대결이 오는 18일 대전에서 펼쳐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SK는 18일 대전 ETRI 대강당에서 EBS(교육방송)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를 열어 국내 기술로 개발한 AI인 엑소브레인과 장학퀴즈에서 우승한 고교생, 수능 만점을 받은 대학생, 퀴즈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연예인 등 4명이 퀴즈대결을 펼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번 대결은 12월31일 저녁 EBS를 통해 전국에 녹화 방영된다.

엑소브레인은 바깥을 뜻하는 접두어 엑소(exo)와 브레인(brain·뇌)의 합성어로 ‘몸 밖에 있는 뇌’를 뜻한다. ETRI를 중심으로 솔트룩스·KAIST 등 국내 20개 기관과 대학이 2013년부터 10년간 법률, 특허, 금융, 글로벌 전문지식을 제공할 AI 전문가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번 대결은 사람이 평소에 쓰는 자연어 문장을 보고 엑소브레인을 포함한 참가자가 제한시간 10초 안에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EBS 출제위원회가 만든 주관식과 객관식 문제 30개가 출제된다.

인간과 AI의 퀴즈대결이 처음은 아니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2011년 미국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을 눌렀다. 엑소브레인은 컴퓨터 41대에 들어있는 중앙처리장치(CPU) 376개를 병렬로 연결한 형태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에 맞선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 기보를 학습하는 게 특기라면 이 AI는 자연어를 이해하고 지식을 쌓는 일에 더 소질이 있다.

엑소브레인은 지난 3년간 12만권에 해당하는 백과사전, 한자사전, 고교 교과서, 위키피디아 등을 두루 학습했고, 매일 20개 일간지를 읽어들였다. 작년부터는 매주 한 차례 장학퀴즈와 비슷한 모의 퀴즈 대회에 참가하고 지난 9~10월에는 실제 사람과 10회에 걸쳐 퀴즈 대결을 펼쳤다. 현재 이 AI가 정답을 찾는 데는 6~7초 걸린다. ETRI 측은 사람으로 보면 장학퀴즈 왕중왕전 출전 자격을 가진 기장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우승자가 나오면 출신 고교에, 엑소브레인이 이기면 도서 벽지 고교에 장학금 2000만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