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 제넥신이 글로벌 제약회사인 MSD와 손잡고 자궁경부암 치료제를 개발한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5위 제약사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넥신은 13일 자체 개발 중인 자궁경부암 치료제를 병용 투여해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약효를 높이는 임상시험을 내년 상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MSD는 그동안 연간 치료비가 1억원에 달하는 키트루다의 적응증(치료 가능한 질환)을 흑색종과 폐암에서 다른 암으로 확대하는 연구를 해왔다.

제넥신과 MSD는 내년 상반기에 임상 1상과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MSD가 제넥신을 선택한 데는 경한수 대표의 힘이 컸다. 지난해 8월 사령탑을 맡은 경 대표는 미국 코넬대 의대를 나온 신경외과 전문의로 10년 넘게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인 베릴앤드컴퍼니에서 투자심사역을 지냈다.

경 대표는 “제넥신의 기술력이라면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유전자 백신’과 ‘하이브리드FC’라는 기반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전자 백신은 환자 몸에서 추출한 유전자에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체를 넣은 뒤 몸에 삽입하는 치료 기술이다. 하이브리드FC는 약효를 높일 수 있도록 치료제에 항체를 융합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제넥신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10여개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자궁경부 전암 백신과 자궁경부암 백신, 성장호르몬 치료제, 항암제, 빈혈치료제, 당뇨병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경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에도 공을 들였다. 신약 개발 노하우가 많은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난 1월 직접 MSD에 키트루다와 자궁경부암 백신의 병용 투여 연구를 제안해 성사시켰다.

기술 수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테슬리에 성장호르몬 치료제 등 신약 세 개를 115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올 2월에는 530억원에 빈혈치료제 신약의 중국 판권을 중국 키모완방 바이오파머에 넘겼다. 경 대표는 “올해는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