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토대 연구진, 보노보 '털 고르기' 행동 분석

사람이 가장 먼저 노화를 느끼는 곳은 다름 아닌 눈이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10대 중반부터 노화가 진행돼 40대를 넘어서면 '노안'이 왔음을 깨닫게 된다.

노안은 가까운 사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시력 장애다.

최근 영장류인 '보노보'도 노안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8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따르면 한국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콩고민주공화국 왐바(Wamba) 지역에 사는 야생 보노보의 털 고르기를 관찰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털 고르기는 이나 빈대 등을 없애기 위한 행동이다.

제1저자로 연구를 진행한 류흥진 연구원(박사과정생)은 연합뉴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보노보가 털 고르기를 할 때 초점을 맞추려면 눈과 손가락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며 "나이가 많은 보노보의 경우 눈과 손가락 사이가 더 멀어지는 현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보노보가 털 고르기를 할 때 눈과 손가락 사이의 거리는 나이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까지 보노보의 눈과 손가락 사이 거리는 10cm 이내였지만, 30대 중반부터는 10cm 이상으로 늘어났다.

40대 무렵에는 거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40년 된 보노보의 경우 눈과 손가락 사이 거리는 약 20cm였고, 45년 된 보노보는 40cm 이상의 거리를 두고 털 고르기를 했다.

보노보의 나이 외에 사회적 지위나 성별, 사회적 관계 등은 이런 거리 증가 패턴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는 보노보도 사람처럼 40대를 넘으며 노안을 경험한다는 의미다.

류 연구원은 "그간 몇몇 야생 침팬지에서 노안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인간과 비교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평균 수명이 50년도 안 되는 보노보가 노안을 겪을 뿐 아니라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진행된다는 것을 밝혔다"고 전했다.

류 연구원은 2009년 서울시립대를 졸업하고 2013년 일본 교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