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최초 '적과의 동침'…내년 1분기 NB-IoT 상용화 목표
글로벌 사물인터넷 기술표준 경쟁 가열…SKT "경쟁 기술 폄훼 유감"

KT와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이미 IoT 통신망 개발에 나서고 있는 SK텔레콤과의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3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공동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년 1분기를 목표로 협대역 사물인터넷 표준기술 NB-IoT(NarrowBand-Internet of Things) 상용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NB-IoT 통신망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공동으로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고, 내년 전국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칩세트·모듈·단말 등 핵심부품의 공동구매를 검토할 예정이다.

양사는 아울러 NB-IoT가 사물인터넷의 세계 기술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정부의 IoT 정책에 공동 대응하고, 국제무대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통신업계에서 경쟁사인 두 회사가 사업 협력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사물인터넷 시장을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또 다른 IoT 통신기술 LoRa(로라)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SK텔레콤을 견제하려는 공동의 목표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물인터넷은 연결된 기기 수가 매우 많으므로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비용을 줄이는 통신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저전력 장거리 통신기술로는 NB-IoT와 LoRa가 대표적이다.

NB-IoT는 기존 LTE망의 좁은 대역을 이용해 150 kbps 이하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8km 이상의 장거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안정성이 높아 가스·수도·전기 검침, 위치 추적용 기기 등 멀리 떨어진 사물 간의 통신에 적합하다.

LoRa는 전파 도달 거리가 최대 20㎞에 달하고 모듈 가격이 NB-IoT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전파 사용 승인을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는 '비면허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므로 주파수 간섭이 있을 수 있고 새로 전용망을 구축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NB-IoT와 LoRa는 세계 기술표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을 비롯해 미국의 AT&T와 T-모바일, 영국의 보다폰 등 글로벌 대형 통신사들이 잇따라 NB-IoT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작년에 출범한 로라 국제 연합체는 전 세계 400여 개 회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NB-IoT, SK텔레콤은 LoRa를 앞세워 기술 경쟁에 나섰다.

SK텔레콤은 LoRa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만큼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6월말 국내에 기존 LTE망(LTE-M)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LoRa 전국망을 구축했다.

LoRa 전국망이 구축된 국가는 한국·프랑스·네덜란드 등 17개국에 달한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NB-IoT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물인터넷에서 가스·수도·전기 등 공공필수서비스분야(유틸리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안정성 높은 기술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LoRa보다 통신 제한 지역이 적고, 전송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NB-IoT의 장점으로 꼽힌다.

모듈 비용이 LoRa보다 비싸긴 하지만 대량 구매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두 회사의 설명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자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일찌감치 NB-IoT 상용화를 추진해온 KT는 지난 8월 노키아와 함께 LTE 서비스가 상용화된 환경에서 NB-IoT 주요 기술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홈 IoT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LG유플러스는 공공 및 산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기존의 가스·수도·전기 계량기를 NB-IoT 기반 제품으로 교체해 원격검침과 관제가 가능하도록 한 뒤 다양한 부가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기업 전용망을 구축해 물류관리, 유해가스 감시, 설비 모니터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는 에너지·환경·교통 등 3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오염 및 자연재해 대응을 위한 실시간 감시체계와 지능형 교통관제 시스템이 첫 단계가 될 전망이다.

협력 방침에 따라 두 회사는 각 사의 협력사에 기술지원 센터를 서로 개방하고, 해커톤(개발자 대회) 공동 개최도 추진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 안성준 IoT사업부문장은 "유럽 비통신사업자 중심의 LoRa망과 달리 NB-IoT는 한국·일본·중국의 통신사들이 주도할 것"이라며 "KT와의 협력을 통해 IoT 생태계를 조기구축하고, 시장 성장을 가속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KT 김준근 GiGA IoT사업단장은 "경쟁에 치중했던 통신시장에서 LG유플러스와의 사업 협력은 의미가 크다"며 "사물인터넷처럼 태동기에 있는 유망 사업의 경우 많은 회사와 손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LG유플러스와 지속해서 협력 범위를 넓힐 것"이라며 "망 공유와 수익 분배 등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동맹에 SK텔레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NB-IoT가 LoRa보다 뛰어나며, LoRa에서는 좋은 점을 찾지 못했다"는 LG유플러스 임원들의 발언에 입장 자료를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SK텔레콤은 입장 자료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LoRa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두 회사가 자체적인 투자 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경쟁 기술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IoT 투자에 뒤쳐진 조급증을 반영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