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의 무선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 순위가 KTLG유플러스에 모두 밀리며 3사 중 꼴찌로 내려앉았다. ARPU는 매출을 총 가입자로 나눈 수치로 통신사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업계 2, 3위인 KT와 LG유플러스의 무선사업 경쟁력이 강화된 것과 함께 SK텔레콤이 스마트워치 등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세컨드(second) 디바이스’ 가입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ARPU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무선 ARPU는 KT 3만6298원, LG유플러스 3만5845원, SK텔레콤 3만5471원 순이다. SK텔레콤의 무선 ARPU는 지난 2분기 KT에 처음 역전당한 데 이어 3분기에는 LG유플러스에도 추월당했다. SK텔레콤이 무선 ARPU 순위에서 3위로 밀려난 것은 2012년 통신 3사가 4세대 통신(LTE)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통신 1위' SKT의 고민…가입자당 매출 '뒷걸음'
SK텔레콤의 순위가 떨어진 이유로는 고가 요금제로 분류되는 LTE 가입자 비중이 낮은 점을 들 수 있다. SK텔레콤은 아직 2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향으로 LTE 가입자 비중이 69.8%로 KT(74.5%), LG유플러스(87%)에 비해 낮다. 여기에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20%의 요금 할인을 받는 선택약정 가입자 비중도 59.1%로 KT(21.8%)와 LG유플러스(19.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요금 할인을 받는 가입자가 많을수록 매출은 하락하는 구조다. SK텔레콤의 3분기 매출은 4조2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4243억원으로 13.5% 급감했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쳤다.

작년 이후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 세컨드 디바이스도 ARPU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키즈폰, 스마트워치 등 월평균 요금이 1만원 안팎에 불과한 세컨드 디바이스 가입자를 많이 보유한 통신사의 ARPU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웨어러블 기기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이 55만64명으로 KT(18만7481명)와 LG유플러스(4만1799명)보다 각각 3배, 13배나 많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세컨드 디바이스는 기존 휴대 단말기에 국한된 통신시장의 매출 확대를 이끌 기폭제가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ARPU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고민”이라며 “지금의 ARPU 수치가 통신사의 경쟁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RPU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사업의 플랫폼 개방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플랫폼 개방의 대표적인 사례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이다. T맵은 지난 7월 통신 3사 가입자에게 무료로 개방한 뒤 지난달 월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T맵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연계(O2O)사업 등을 벌여 정체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