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압수수색 후 "정보 유출·공시 지연 없다" 혐의 부인
이관순 대표, 사내 게시판에 글 올려 임직원 달래기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파기 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한미약품도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등 분주해지고 있다.

기술계약 파기 정보의 사전 유출, 의도적 늑장 공시 등 한미약품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내부적으로는 이관순 대표가 직접 글을 올려 임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은 17일 오전 한미약품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내부정보가 유출된 경위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압수수색은 한미약품이 베링거잉겔하임과 계약한 8천5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하기 전 해당 정보가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출됐다는 의혹규명에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어 "검찰 수사로 국민과 주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회사 차원의 의도적 내부정보 유출이나 공시 지연 등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그러면서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명확히 해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계약파기 사실을 지난달 30일 오전 9시 28분 공시했는데, 이미 전날인 29일 오후 6시 53분 관련 정보가 카카오톡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유출 시간은 한미약품이 계약파기 내용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이메일로 받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6분보다 앞선다.

이처럼 파장이 커지자 이관순 대표는 직원들이 볼 수 있는 사내 게시판에 '위기를 극복하고 신약 강국으로 나아갑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

올리타정 사태 이후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직원들의 시기가 크게 떨어지고 불안이 증폭되는 탓이다.

이 대표는 이 글에서 "신약 개발과 수출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허탈하다는 임직원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온갖 오해를 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미인(人)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신약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글로벌 신약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회사"라며 "이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전진해야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만들어진다는 각오로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사태와 관련해 글을 올린 건 지난 4일 후 두 번째다.

당시 이 대표는 '중심을 잡고 바르게 대응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동요하지 말고 각자 맡은 업무에 책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글을 처음으로 올린 날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한미약품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한 날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