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내비게이션 전쟁 : 진화하는 '내비']

실시간 교통량 분석·최적 경로 안내는 기본…실사 이미지에 증강현실 도입도
진화하는 '내비'…졸음운전에 경고음 보내고 증강현실도
(사진)증강현실(위)과 앞차출발알림(아래) 기능을 탑재한 최신 내비게이션 모습. /아이나비 제공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내비게이션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단순 길잡이에 머물렀던 내비게이션이 자율주행, 빅 데이터, 안전 운전 등과 결합되며 전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래형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 내비게이션이 꼽히면서 내비게이션에 포함된 기술에 대한 관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사 도로 영상으로 현실감 높여

2D에서 3D로, 실사(실제 사진) 지도에서 증강현실(AR)로 내비게이션은 최근 수년간 빠르게 진화했다. 화질과 지도 표현 방식뿐만 아니라 고급 수입 차량에만 있을 법한 최신 기능도 이제 내비게이션 하나면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내비게이션은 신호 대기 시 앞 차량 출발을 운전자에게 알리는 기능은 물론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거나 졸음운전을 하면 경보음을 울려 운전자의 안전까지 책임진다.

실시간 교통량 분석과 실사 도로 안내는 이미 내비게이션의 필수 기능이 됐다. 차량 설치형이나 매립형이 아닌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료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별도로 고가의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실사 그래픽 실현, 심지어 블랙박스 등의 기능도 지원한다.

또 무선통신을 이용한 데이터 송수신이 자유롭다는 점도 모바일 내비게이션 이용자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실시간 교통량을 반영한 길 안내는 물론 도로 CCTV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고 관광지 정보, 도착지 상점 이용 시간, 주행 방향 중 최저가 유류 가격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내비게이션은 지도가 아닌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이먼트)’ 기기로 변신했다.

기존 내비게이션이 단순한 2D 전자 지도를 평면적으로 표현했다면, 2008년 이후 차량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3D 전자 지도를 통해 길 안내뿐만 아니라 주요 건물과 3차원 영상, 실사까지 더해 사실감과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3D 전자 지도에 이어 실사 3D 지도 내비게이션도 점차 출시를 늘리고 있다. 실사 3D 지도는 고용량의 위성 데이터나 항공 데이터를 최적화해 내비게이션에 표현한 것으로, 이동 경로를 실제에 더 가깝고 사실적으로 표현해 길 안내에 적합하다.

실사 3D 지도는 위성 영상과 항공 영상 2가지로 구분된다. 위성 지도는 인공위성을 통해 지표를 촬영하고 이를 내비게이션에 맞게 반영한 것이다. 위성 지도를 사용한 내비게이션을 가장 작은 축척으로 줄여보면 한반도 전체와 일본, 중국 산둥반도까지 표현되는 것도 이 같은 특징 때문이다.

반면 항공 영상은 경비행기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로 고도 1000~3000m 내외에서 사진을 촬영해 사용한다. 항공측량용 카메라는 한 컷에 2억 화소 이상의 이미지로 촬영이 가능해 해상도가 우수하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지도 서비스 화면이 바로 항공 영상이다.

실제 지형과 같은 모습의 위성 영상과 항공 영상에도 단점은 있다. 보통 내비게이션의 3D와 2D 전자 지도는 1년에 6회 정도 지도 업데이트를 제공하는데 반해 이들 지도는 한 해 촬영 가능 기간이 연중 3개월에 그쳐 최신 지도 데이터의 업데이트가 쉽지 않다.

이는 계절적 요인으로 적설로 도로가 인식되지 않거나 구름으로 지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날은 위성과 항공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고용량의 지도 데이터 등의 정보를 압축해 제공하는 기술도 내비게이션 업체에는 필수적이다. 보통 위성이나 항공사진 등은 용량이 2TB(테라바이트)에 이르기 때문에 보통 16GB(기가바이트)나 32BG의 차량용 메모리카드에 이를 모두 넣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지도 수요가 많은 도시 지역은 압축률을 줄여 품질을 높이고 바다·산림·농경지와 같은 비도시 지역은 압축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메모리 사용 용량을 줄이고 있다.

◆내비게이션 핵심은 '지도'

내비게이션에는 다양한 최신 기술이 접목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은 교통량 데이터와 지도다. 얼마나 많은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를 분석해 교통량이 가장 적은 경로를 알려 주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이나비는 ‘티링크(TLink)’를 통해 국내 최대 25만 개의 도로 링크 정보를 반영해 막히는 길을 피해 최적의 경로로 안내하고 있고 현대엠엔소프트는 최신 빅 데이터 분석 엔진 알고리즘을 개발, 교통 정보 분석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난 7월 무료로 전환된 SK텔레콤의 T맵(T-map)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T맵은 올해 9월 일간 사용량이 1억 건을 돌파하는 등 무료화 이후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T맵에 대한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 이유도 방대한 빅 데이터와 실시간 교통량 반영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서비스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특성상 사용자 유입으로 서비스의 정확도가 향상되고 이는 다시금 사용자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맵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내비게이션 앱 서비스인 만큼 14년간 축적된 교통 정보와 경로 안내 노하우를 활용해 정확하고 빠른 길 찾기를 제공하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업체가 정보성 기능을 강조한다면 기존 차량용 내비게이션 업체는 가장 기본인 지도와 함께 차량과의 유기적 결합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AR 게임인 ‘포켓몬 고’의 열풍이 불면서 AR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이미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2014년부터 AR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출시한 바 있다.

또 차량 앞 유리에 길 안내 정보를 비추는 HUD 제품도 현대엠엔소프트와 팅크웨어 등의 내비게이션에는 이미 적용돼 시판 중이다.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실사 도로 영상과 경로 정보를 결합해 실시간 길 안내를 제공하는가 하면 안전 운행 구간과 과속 카메라 구간 등 운행 구간에 따른 2D 정보를 3차원 공간상에 입체적으로 적용해 현실적 느낌을 살리기도 한다.

◆안전 운전까지 책임진다

내비게이션은 차량과 모바일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로까지 들어왔다. 현대엠엔소프트는 2014년 6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맵피(mappy)와 구글 글래스를 연동한 웨어러블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와 애플워치를 연동하는 기술을 개발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 워치를 통해서도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했다. AR 분야가 IT와 내비게이션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특허 출원도 늘고 있다.

글로벌 지식 재산 전문 기업 ‘윕스(WIPS)’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에 출원된 AR 특허는 총 781건이다. 특히 2010년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2.5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고 2012년 한 해 동안에는 204건의 특허가 출원되기도 했다.

AR과 관련한 특허는 지멘스·퀄컴·삼성전자 등이 주를 이루고 있고 팅크웨어 역시 47건의 AR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이 첨단 기술이 접목된 내비게이션은 최근 스마트카 개발이 속도가 붙으며 더욱 정밀화되고 있다. 내비게이션에는 또한 첨단 운전자 시스템(ADAS), 차로 변경 예보, 차로 이탈 감지 시스템(LDWS), 앞차 출발 알림(FVSA), 신호등 변경 알림(TLCA) 등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성까지 갖추고 있다.

이 밖에 차량용 내비게이션에는 차량 진단과 분석 시스템도 적용됐다. 차량과 차량 정보 수집 장치(OBDII) 단말기 등을 통해 순간 연비, 차량 점검 상태, 배터리 전압, 유류비 등을 안내해 효과적인 차량 관리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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